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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노래하는 작은 새야

이기희
이기희 기자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8/20 15:33

새야 작은 새야, 뭘 하려고 그리 바삐 날개를 움직이느냐. 갓난 아기 주먹보다 작은 새가 창가에 달아놓은 꽃바구니 앞에서 날개를 퍼득인다. 얼마나 빨리 날개를 움직이는지 날개는 안 보이고 작은 원만 그린다. 붉은색 꽃술에 대롱 같은 부리 꽂고 꿀 한방울 얻기 위해 죽기살기로 매달린다. 달콤한 먹거리 구하기 위해 한시도 날갯짓 멈출 수 없는 내 꼴 닮았구나. 너도 사는 게 만만치 않구나. 목숨 부지하는 것이 힘들기는 사람과 꼭 같구나. 새들은 날개만 펴면 푸른 창공을 나는 자유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묶이지 않고 구속되지 않는 네 모습 부러워하며 하늘 끝까지 자유롭게 날고 싶었다.

새야, 세상에서 가장 가냘프고 작은 새야. 네 이름은 벌새, 벌처럼 작다고 붙인 이름이다. 서양에서는 ‘허밍버드(Hummingbird)’, 노래하는 새로 불린다. 동전 5전 짜리 무게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부단한 날개짓이 사람들의 귀엔 콧노래 소리로 들린다. 1초에 80회나 퍼득여야 목숨 부지 하는 힘든 네 날갯짓을 알기나 할까. 작은 새는 안다. 공중에 정지해 있을 때도 부단히 날개를 퍼득이지 않으면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생명은 멈출 수 없는 비행이다. 끝없이 퍼득여야 살아남는다. 비행운(飛行雲)은 비행기가 차고 습한 대기 속을 지날 때 비행기 자취를 따라 생기는 비행기 구름이다. 우리는 각자 비행운을 만들며 산다. 언제 지나갔는지 비행기는 보이지 않아도 흰빛 구름 사이로 찬란이 햇빛이 비칠 때까지 비행운은 하늘의 길로 남아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위험에 처했을 때 벗어나기 쉽고 넓은 지역에서 먹이를 찾기에 용이하다. 새들은 날개의 윗부분이 볼록한 곡면으로 되어 있고 아랫부분은 납작한 형태로 되어 있다.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공중을 날 때 날개 아래쪽보다 위쪽이 공기의 흐름이 빠르고 압력도 낮아지는데 이 때 발생하는 날개 위아래의 압력 차가 새를 떠올리는 힘 즉 양력으로 작용한다. 새의 가벼운 골격도 하늘을 날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새의 뼈 속은 벌집처럼 속이 텅 비어있어 기공이라 부르는 수많은 구멍 덕분에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날기 쉽다. 땅에 집착하지 않고 고뇌에 발 묶이지 않으면 가볍게 하늘 향해 날개 펼 수 있지 않을까.

의미 없는 날갯짓은 없다. 그대가 내 앞에 다가올 때도 내 곁을 훌쩍 떠났을 때도 찬란한 축복으로, 처절한 날갯짓으로 살아남기 위해 퍼덕였다. 속을 안 들여다 보면 모른다. 타인의 고통이 얼마나 아픈지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생명 값을 치른다. 땀 흘리지 않고 공 들이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작고 가냘픈 몸짓 도 뼈저리게 아픈 상처도 딛고 일어서면 구름운으로 하늘 길에 그림을 그린다. 벌새처럼 멈출 수 없는 슬픈 날갯짓이 아름다운 음률로 생을 노래한다.

여기에 누군가가 보낸 작고 귀여운 새가 있어요.
바람과 함께 살기 위해 지구로 내려 왔어요.
바람 속에 태어나서 바람 속에 잠듭니다.
누군가가 보낸 이 작은 새.
그 새는 가볍고,
부서질 듯 연약하며,
하늘색의 깃을 가지고 있어요.
바람 위에서 사는 작은 새.
누군가가 보낸 이 작은 새가 하늘 높이 납니다.
인간이 볼 수 없는 높은 곳까지.
이 작은 새는 땅을 밟는 순간에 죽어 갑니다.

존 D. 루더밀크 작사의 ‘작은 새(This Little Bird)’를 당신의 창가로 보냅니다. 부단한 날갯짓으로 힘든 당신의 날들이 작은 콧노래로 가벼워지길. (윈드화랑대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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