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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런치박스 모멘트

김대성
김대성 기자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8/22 16:20

“런치 박스 모멘트.” 딸 아이가 만든 말입니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 점심 때 도시락을 준비해 가곤 했습니다. 그 날은 엄마가 정성스레 싸 준 김밥이 점심이었습니다. 기대를 가지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는데, 둘러 앉은 친구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나 봅니다. 김밥이 냄새가 강하고 검은 색을 띠었으니 처음 보는 꼬마들에겐 그럴 만도 했습니다.

놀리는 아이들 속에서 창피하기도 하고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큰 충격이었나 봅니다. 그 이후로 점심 도시락을 열 때마다 두근대는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다시 좋지 못한 경험이 반복될까 봐 지레 걱정을 하게 된 것이지요. 도시락을 여는 순간의 마음을 “런치 박스 모멘트”라고 부르더군요.

“런치 박스 모멘트”는 비단 우리 아이들의 경험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민자의 자녀로 자란 아이들, 특히 아시아계 이민 2세들은 비슷한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먹는 점심과 집에서 먹는 음식이 다르고, 밖에서 쓰는 말과 집에서 쓰는 말이 다릅니다. 명절을 지키는 날도 어울리는 사람들도 다르고, 부모님들이 가지는 뉴스의 관심사도 다릅니다. 점점 성장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와 다른 피부색이 가지는 영향에 대해서 경험으로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동일한 경험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을 거치면서 아시아계 청년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가 됩니다. 우리의 대학생 자녀들은 한국에서 온 유학생보다 중국계, 일본계, 베트남계 이민 2세들과 더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자란 시간들 속에 비슷한 경험이 서로 간에 유대감을 만들어내겠지요. 런치 박스 모멘트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박수 치며 웃을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많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아시아계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소화하면서 성장합니다. 이민자 자녀들은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민자 부모들의 헌신을 감사하고, 아시아 전통의 좋은 점들은 자랑스럽게 여기려고 합니다. 그러니 보통의 아시아계 대학생들은 보다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고,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고, 성실하게 지내려 노력합니다. 문화적으로는 K-pop 음악을 들으며, 중국 음식을 즐기며, 일본 만화 캐릭터를 좋아하며 쉽게 어울리는 그룹을 이루겠지요.

여기에 더해 아시아계 대학생들은 캠퍼스의 기독교 모임에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UCLA와 UC 버클리에는 50여개의 기독교 학생 모임이 있고 아시아계 회원이 80%에 이른다고 합니다. 여기서 아시아계 학생들은 주로 한국계와 중국계 학생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동부와 여타 지역의 학교에도 다르지 않고, 한국계 학생들이 따로 모이는 큰 기독교 그룹을 이루고 있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많은 이들이 기독교의 믿음과 가치관을 떠나는 현상을 지켜보지만, 한편으로 우리 자녀들은 캠퍼스의 신앙과 도덕 그룹의 모델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같은 이민자 가족의 경험을 가진 많은 아시아 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먼저는 교회와 선교에 헌신했던 부모들을 자연스럽게 본 받는 것입니다. 교회의 청소년 그룹의 교육과 경험이 기억하며 다시 인생의 변화기에 기독교 그룹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인생의 가치와 구원의 소망을 찾는 신앙이 젊은 자녀들에게도 소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인들 사이에 교회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런치 박스 모멘트”에 교회에서 어울리던 기억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밝은 모습으로요. [교회사 박사, McCormick Sem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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