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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아프는 아이들

최선주
최선주 기자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8/23 16:04

지병을 가진 유명인사들의 대부분은 편안치 못하고 갈등이 심한 어린 시절을 경험했다고 하는 공통점이 있다. 결핵으로 평생 고생하다가 44세에 요절한 러시아의 단편소설가 안톤 체홉은 어린 나이 때부터 알콜 중독에 종교적으로는 광신적이었던 아버지의 가게를 도왔다. 그러다가 그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후로는 아직 어린 나이인 열여섯살 때부터 온 가족을 부양하는 어려움 속에서 살았다. 그가 쓴 여러 편지에서 아버지에 관해서는 발견되는 게 없다. 어릴 때 잔혹하게 취급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그에 대한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도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인 ‘아버지’에 실제적인 인물이 잘 묘사되어 있다. 체홉은 의사가 된 후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 유형생활로 저주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연구하기 위해 사할린에서 살기도 했다.

아버지와의 끝이 없는 다툼 가운데서 불행했던 작가로는 프란츠 카프카를 빼놓을 수 없다. 돈과 성공에 집착하고 몰아붙이는 식의 유태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면서 카프카는 평생동안 극도의 예민함과 두려움을 갖고 살았다. 카프카는 결혼과 성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있어서 성생활에 일종의 결벽증과 임포텐스의 증세가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이후로 내내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가운데 살았지만 그런 심정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어머니에게 보낸 후 아버지께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을만치 소심했다.

카프카는 어머니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해 줄 것을 희망하고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중개자가 되어 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이에 대해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그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고 그는 아버지로부터의 두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40대 초반에 결핵으로 사망했다.

우울증을 앓다가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울프는 두 명의 이복 오빠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다. 그녀의 자매인 바네사도 마찬가지로 성폭행을 당한 처지였지만 두려움 때문에 부모에게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수년간을 성폭행을 견디며 지냈다고 알려져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부정하기 위해 오히려 자신의 부모를 이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쓰거나 온 가족을 다 행복하게 묘사하면서 점점 스스로 미쳐간다고 믿게 되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찿아서’의 작가인 프로스트는 9살 때부터 앓기 시작한 천식과 잦은 폐렴증세를 앓는 병약한 체질이었는데 자신이 어머니에게 짐이 된다는 부담을 갖고 어머니의 뜻을 거스리지 않기 위해 소심하게 지냈다고 한다. 매사를 상관하고 통제하는 강력한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머니를 노엽게 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 삶을 살았다. 어머니가 죽고 난 후에야 사회에 대한 그의 예리한 관찰력과 비판이 가해진 책들이 성공적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의 삶이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부자유스러운 것이었나를 증명한다. 삶의 절반을 침대에서 보내야 했던 프로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글에서 그의 어머니를 염려시키는 일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아파서 누워있는 쪽이 났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의 의식은 어머니를 사랑하고 의존하면서도 그의 영혼의 질식상태는 호흡기 질환으로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고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 자신들을 해치는 증상을 안고, 무의식 중에 아프는 아이들—우리의 아이는 안녕한가?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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