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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의 채플린 세계 엿보기] (4)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내가 맡은 병동에 환자를 방문하고 지나오는데 절박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들어가니 환자는 침대에 앉아서 상체를 앞뒤로 흔들면서 울고 있었다. 50대 초반의 여자 환자였는데 왼쪽 다리의 무릎 아래가 절단되어 있었다. 대화록을 적어본다. (C: 채플린, P: 환자)

C : 안녕하세요? 저는 채플린 최입니다. 왜 이렇게 울고 있나요?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데, 눈에서 눈물이 구슬방울처럼 주르르 흘러 내렸다.) 어디가 아프신가요? 아니면 무슨 일이 있습니까?

P : 다리가 너무 아파요. 통증이 심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C : 그래요? 유감이네요.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말해 줄 수 있나요?



P : 당뇨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하다,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어요. 그런데 너무 통증이 심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C : 그 소식을 듣게 되어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약이 필요하신가요? 의사나 간호사를 불러드릴까요?

P : (고개를 저으며) 이미 이야기 했어요. 약도 먹었어요. 그런데 너무 고통스럽고 참기가 힘들어요. 잠을 잘 수도 없어요.

C: (절규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등을 다독여 주었다. 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하면 도움을 될 수 있을까요?

P : (고개를 저으며) 아무도 저를 도와 줄 사람이 없어요. 딸 셋이 있는데 두 명은 타 주에 있고, 한 명은 시카고 다운타운에 살고 있는데, 아이들과 직장 때문에 바빠서 못 오고, 엄마도 타 주에 살고 계셔서 올 수가 없어요.

C : 정말 유감입니다. 혹시 다른 사람은 없나요?

P : 예전에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병들고 다리를 절단하게 되니까 떠나 버렸어요. 이제는 저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희망을 잃은 표정에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저는 삶을 포기하고 싶어요. 포기하고 싶어요.

C: (그녀의 눈물을 바라보며)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는 마세요. (고통 속에 절규하는 환자의 손을 잡고, 한참을 침묵하다가) 제가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요?

P :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C : 손을 잡고 기도해도 될까요?

P : 네, 물론이죠. 그렇게 해주세요.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리자 환자는 조금 밝아진 얼굴로 고맙다고 했다.)

C : 제가 떠나기 전에 뭐 더 필요한 것이 있나요?

P : 성경책을 읽고 싶은데, 가져다 주실 수 있나요?

C : 네. 바로 가져다 드릴께요. 떠나기 전에 당신을 안아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P : 네. 물론이지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녀를 꼭 안아준 후, 성경을 찾아 다시 방문해 전해주자 고맙다고 했다. 그 후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더니) 내일 다시 방문해 줄 수 있나요?

C: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P : 오늘 정말 방문해서 기도해주고, 성경책도 갖다 주어서 고맙고, 기분도 많이 나아졌어요.

C : 그 말을 들으니 저도 고맙습니다. 오늘밤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자신이 고통하고 울부짖을 때, 아무도 몰라주고 혼자라고 느껴지는 절박한 상황에서 누군가 다가와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고 함께 아파해주고, 손을 잡고 기도해 준 것이 그녀에게 한줄기 위로가 되었으리라. 오늘도 누군가 나를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겠지요. [목사•콘델병원 채플린]


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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