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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가정, 엄마, 그리고 믿음

우리는 신앙을 생각할 때 먼저 교회당과 목사님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정작 신앙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부모님, 친구, 이웃이 더 결정적인 뿌리였다는 말씀을 종종 듣게 됩니다. 평생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교회가 더 중요할까요? 아니면 가정이 더 중요할까요? 이 오래된 질문을 미국에 살면서도 되묻곤 합니다.

1880년부터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이 밀려 들던 때였습니다. 매해 3만명 정도가 미국을 향했습니다. 특히 남부 이탈리아의 인구과잉과 일자리 부족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젊은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1890년대에는 이민이 연평균 6만5천 명에 이르렀고, 이탈리아가 가장 많은 이민 오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이민자들은 남부의 농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도시의 도로 포장, 하수도 건설 등에 종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가 풍족한 생활을 하려는 목적이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직장과 기회를 얻고, 가정을 이루어 정착한 이들이 상당하여 20세기에 들어설 때는 150만의 인구를 헤아렸습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은 함께 모여 살고, 일하고, 친구가 되고, 교회를 세웠습니다. 뉴욕, 시카고, 뉴올리언즈, 샌프란시스코 등에 이민자들의 밀집하여, 좁은 집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살기도 하고, 같은 지역에 모여 이탈리아 사회를 형성했습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볼 수 있는 성당을 지었고, 자신들의 언어와 노래로 미사를 드렸습니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특징은 거의 모두가 천주교도라는 것이었습니다. 영국계 이민자들은 다양한 교단 배경이 있었고, 독일계 이민자들은 루터교인과 천주교인으로 나뉘었습니다. 반면 이탈리아인들은 고국을 생각할 때 천주교회를 기억하고, 이민 사회를 이룰 때도 신앙과 민족의식은 나뉠 수 없었습니다. 고향의 성자의 이름을 부를 때 평안을 얻었고, 성자들의 보호 없는 이민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자연히 성당과 사제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자녀들은 성당 부속학교에 다녔고, 성인들은 여러 천주교 클럽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인의 더 깊은 신앙과 삶의 중심은 가정이었고 엄마였습니다. 부인들은 가정을 교회만큼이나 성스럽고 종교적인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정은 성자들을 부르며 기도하는 곳이었습니다.

가정마다 줄지어진 향초가 있고, 성자들의 초상화가 있는 카드가 있고, 벽에는 성모나 성인들의 그림이나 조각이 있었습니다. 거실이나 침실의 조각상들과 함께 가정은 작은 규모의 성당처럼 여겨졌습니다. 성만찬이 미사에 중요한 예식이듯 이탈리아 음식을 함께 나누고, 이웃들과 함께 하는 식탁은 매일의 신앙과 고국에 대한 기억, 그리고 가족이 함께 어울리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자리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탈리아인들은 아기들의 세례, 성인 입교, 결혼, 장례에 이르기까지 그 삶이 종교적이었습니다. 교회와 함께 거리와 부엌이 신앙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주일 미사에는 빠질지라도 주일 저녁 엄마가 차려주는 식탁에 빠지면 안 된다는 불문율은 농담인 듯 진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신앙은 삶이었고 삶은 신앙과 함께 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계 이민들이 신앙과 삶에 완벽하지도 않았고, 자녀세대들이 늘어가면서 변화도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전통을 새롭게 하면서, 교회와 가정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이탈리아적이면서 가장 미국적인 믿음인 듯 합니다.[교회사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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