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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인 목소리] 닥터 노갑준, 그를 보내며

이용수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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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7/02 16:04

지난 토요일 새벽, 너무도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한 후 한숨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도저히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친구요 형제와 같은 사이며 나의 멘토였고 한 동안은 봉사클럽의 동역자로서 오랜 세월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런 그를 먼저 떠나 보내는 심정은 차마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비통한 심정입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데, 같이 가야 할 곳도 너무 많은데, 뭐가 급해서 아무런 언질도 없이 그리 갑자기 떠났습니까…. 이제 곧 사무실이 정리 되면 고향으로 또 괌으로 봉사를 떠나겠다는 계획은 다 어떻게 된 겁니까? 사랑하는 가족과 저 귀여운 손주들이 눈에 밟혀 어떻게 눈을 감을 수가 있었습니까.

아쉽고 안타깝지만, 당신의 지난 40년의 시카고 생활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행복했고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쁜 의사 생활에도 지역사회의 봉사활동에 열의를 보인 것은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삶이었습니다. 아내를 의지하고 사랑했으며 사랑하는 두 딸을 모두 의사로 키워낸 가정적으로도 완벽한 남편이요 아빠였습니다.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부정적인 면만이 회자되는 열악한 교포사회에서도 당신은 끝까지 명예를 지켰고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 왔음을 우리는 지켜 보아 왔고 이 자리에서 증언할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좋은 곳으로 가셨으니 모든 것 다 내려 놓으시고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당신이 간 곳은 그리 먼 곳이 아니기에 이제 곧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얼마 전 읽은 시 하나를 읽어 드리면서 조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잊어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가 그런 나를 안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우리는 잠시 세상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
네가 보고 있는 것은 나의 흰 구름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너의 흰 구름
어느 화가가 있어 우리를 붓으로 말끔히 지운 뒤
다른 곳에 다시 말끔히 그려 넣어 줄 수는 없을까.
떠나야 할 사람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잊어야 할 사람을
잊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나를
내가 안다는 것은 더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곧 다시 만날 테니까.
(이 글은 지난 1일 열린 고 노갑준 박사의 장례식 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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