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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온 편지] 시카고에서 못다한 이야기

12월은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송년회의 달이다. 송년회를 생각하면 나는 아직도 시카고가 생각난다. 12월만 되면 온갖 송년회에 참석해달라는 취재 요청이 이어져 어찌나 바빴던지.

미네소타에서 대학 생활을 마치고 2016년 3월 10일, 시카고 중앙일보 기자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당시 스물 여덟살.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시카고 생활 첫 해인 2016년은 역사적인 해였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스포츠로 모든 시카고언이 하나가 됐었다.

그렇게 11월이 지나고 남들에게 즐거운 12월 나는 항상 피로와 싸워야 했다. 나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았지만, 일이 우선이었다. 계속되는 연말 행사에 최대한 많이 나가려고 노력했다. 맡겨진 임무였으니까.



시카고에서 지낸 2번의 겨울 동안 나는 개인적인 송년회 없는 12월을 보냈던 것 같다.
기억하기 싫은 일도 있었지만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이지 하고 웃고 넘기려 노력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고 갑작스레 시카고중앙일보가 임시휴간을 하게 됐다. 나의 2년, 쉬는 날 없이 뛰어다닌 2년의 세월, 짧으면 짧지만 길면 길 수도 있는 2년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물론 도와주겠다는 사람들도 많았고, 연락하라는 분들도 많았다. 감사함은 느꼈지만, 그것보다 아쉬움이 더 커 한국행을 선택했다. 많은 분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한국에 오게 됐다.

이 자리를 빌어 호의를 베풀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께 전하고 싶다. “연락도 못 드리고 한국으로 떠나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얼마 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그 동안의 경력과 관계 없는 무역업에 종사하고자 준비 중이다. 시카고에서 보낸 2년간의 경험이 앞으로 할 일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시카고에서 바쁘게 뛰어다닌 시간은 향후 삶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 매주 수요일자 신문에 실리는 연재물 '밖에서 본 시카고, 시카고 사람들’은 이번엔 시카고 중앙일보에서 2년간 근무한 장제원씨가 서울에서 보내온 편지로 대체합니다.


장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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