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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분희 작가, 창작 활동에 담긴 ‘힐링 스토리’

내년 초 아시안 아메리칸 리소스 센터서 전시회 기획

문화와 예술은 시대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나 다움’을 깨닫고 이성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영혼의 양식이다. 지난 12일(토) 셀러브레이시아(CelebrASIA) 문화 교류 행사에서 한국무용을 선보인 이정희 무용수의 주선으로 만난 김분희 여사는 서울대 응용미술과 졸업, 휴스턴 소재 광고회사 경력 이후에도 자발적인 창작활동을 48년간 이어오며 예술가의 길을 걸어왔다. “예술은 나의 활력소”라 말한 그녀는 내년 초 그 동안 공들여 만든 공예품들을 대중 앞에 선보일 예정으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한 그녀의 예술가로서의 여정과 창작을 통한 ‘힐링 스토리’를 소개한다.

▨ 인사동을 지나다 만난 한지의 매력에 빠져 닥종이 공예에 입문

닥종이 공예는 잘게 자른 한지를 밀가루 풀로 덧붙여 종이 덩어리를 만든 후 작가의 창의력에 따라 디테일을 완성해간다. 한지는 부드럽지만 물에 닿아도 쉽게 찢어지지 않아 튼튼하고 질겨 우리나라 전통 재료의 멋과 색감을 을 한껏 살릴 수 있다.
70년대 초 인사동을 지나다 한지를 처음 접했다는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날 마주한 한지의 색감과 매력을 잊지 못해 그 길로 종로의 한 서점에서 닥종이 공예 책자를 구입해 미국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6개월 넘도록 책자를 뒤지며 손 끝이 닳도록 닥종이 공예에 빠져 살았다는 그녀의 집 거실과 장식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닥종이 인형들이 가득했다. 한지를 활용한 닥종이 공예 외에도 휴지, 종이타월, 지점토, 잡지, 쿠폰 북, 폐품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3D종이공예, 모빌, 인형, 액세서리가 집안 곳곳을 자리하고 있었다.

▨ “창작 활동은 나를 들여다보고 과정 속에서 활력을 얻는 일”



김분희 작가의 수 많은 작품들의 공통점은 상업 목적을 배제하고 관중의 시선을 염두 하지 않고 만들어 졌다는 점이다. 김여사는 “학교의 지침, 상사의 지시 혹은 부모님의 간섭 등 내 삶에는 항상 제3자의 개입이 있었다. 창작활동에 있어서는 모든 부분을 나 자신을 위해 하고 싶었다. 심지어 내 작품을 감상하는 관중들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지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예술 활동을 고집해왔다”고 예술 철학을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독자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나 자신을 모르고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드는 과정 자체가 나에겐 힐링이다”라며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그녀의 창작 의도라고 덧붙였다.
6.25 전쟁을 몸으로 겪으며 전쟁의 참상을 목도하며 생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천둥 소리에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기를 반복하며 힘든 삶을 살아 온 김분희 여사는 자신을 찾아가는 창작활동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며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 느림의 미학, 정성과 인내의 산물

김분희 작가는 인터뷰 도중 수십 년 전 그녀가 석유회사 광고를 맡으며 작업한 쿠폰 북과 지면 광고, 2D 설계도를 3D로 스케치한 포트폴리오를 꺼내왔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디자인과 글씨들은 컴퓨터나 포토샵이 없던 당시 그녀가 밤새 직접 손으로 작업한 것들이라 설명하며 “회사에 능력 있는 디자이너가 많았지만 세심함과 참을성이 요구되는 수작업을 버텨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요즘 세대 디자이너들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라 첨언했다.

정성과 인내를 투자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과거의 습관이 몸에 베어서 일까 그녀의 작업대에는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공예 도구품이 아닌 본인이 직접 자르고, 깎고, 붙이고 덧대어 만든 연장들이 빽빽하게 놓여있었다. 인터넷이나 개인과외 없이 다양한 조형 예술을 섭렵한 그녀는 7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창작 활동을 한다고 했다. “나의 게으름이 문제일 뿐 요즘 같은 세상엔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결과를 얻는 것 보다 인내와 노력 속에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자유를 찾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는 말을 전했다.

김분희 작가는 관객을 배려하지 않고 나만의 만족을 위해 만든 작품들이기 때문에 전시를 한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지인의 권유로 내년 초 아시안 아메리칸 리소스 센터에서 닥종이 인형 전시를 계획 중이라 했다. 이어 아직까지 그녀의 뛰어난 감각과 창의력을 대외적으로 선보일 다른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으나 배움에 있어 진정한 열정을 갖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연이 닿는다면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기 위해 용기를 내 보겠다”고 했다.

이수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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