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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미주한인교회의 역사(14)

1988년 1월 새 교회 건물로 이사 온 후 많은 벧엘식구들이 엘리콧시티 콜럼비아 등 하워드카운티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엘리콧시티 여기저기 한국 식당들이 문을 열었다. 그래서 벧엘식구들이 한국식당에서 만나 교제를 나누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가 있었다.
몇몇 연세드신 교인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엘리콧시티 한국식당에서 만나는 친교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분들의 명단을 보면 다음과 같다. 차재흥 한영배 임공직 김창제 박호설 신창훈 김영래 유자열 등 장로님들 그리고 막내둥이로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이 모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분들이 나를 귀엽게 여겨 불러주신 사랑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모인분들이 신앙과 연령으로봐서 나에게 대 선배들이었다. 나는 이 어른들로부터 많은 영적인 지혜를 배웠다. 현세대 젊은 교인들이 자주 어른들의 제언에 귀를 귀울이는 모습은 신앙생활에 큰 모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르호보함왕이 원로들의 제언을 외면함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왕상12:7)
어떤 경우는 부부가 참석했으나 대개의 경우는 남자들만 만났다. 이 모임이 한 3년쯤 계속되다가 김영래 장로님 내외가 자녀들을 따라 버지니아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서 번갈아가면서 한 2년간 만나기도 했다.



만나는 목적은 특히 따로 없었다. 그저 서로 얼굴보고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단 만나기만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의 교제인가? 모인분들의 공통점은 모두 일제시대에 태어나서 초중학교를 다니다가 8.15해방을 맞았고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4.19와 5.16혁명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 온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현대사의 현주소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분들이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분들가운데 한영배 장로 내외분과 임공직 장로님 내외분이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으며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계셔서 안타깝게도 지금은 더 이상 모임이 계속되고 있지 않다. ‘우리 모임’의 최 연장자인 차재흥 장로님이 콜럼비아 로레인 양로원에 계신다. 지금도 만나뵐 때마다 옛날 이야기들로 꽃을 피운다.
이미 하늘나라로 가신 한영배 장로님 내외와 임공직 장로님 내외와의 추억들을 되돌아본다. 한재복 권사님이 2005년 5월 13일 하늘나라로 가신지 1개월이 채 못되어 한영배 장로님이 페암으로 고생을 하고 계셨다. 한 장로님이 셋째 사위 이준 장로님 댁에서 병 요양을 하고 계실 때 가끔 병문안 심방을 했다.

우리 둘은 옛날 즐거웠던 그리고 가슴 아팠던 일들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1970년 후반 한 장로님 내외분이 파크하이트에서 케리아웃을 경영할 때 나는 가끔 들린적이 있다. 그때마다 한권사님께서 큼직한 치즈스택서브를 해주시면서 “허집사님은 먹성이 좋아서 덤으로 해드립니다”라고 농담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이날 한 장로님을 뵙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허장로님, 나 아무래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안사람 만나러 곧 가야 될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밝은 웃음을 띄우셨다. 그리고 한 권사님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두 달 조금 지난 7월 29일 권사님 곁으로 가셨다. 나는 한 장로님의 그 웃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임공직 장로님의 부인이신 임윤숙 권사님이 오랜 동안 병중에 계셨다. 권사님은 임 장로님이 이끄는 휠체어를 타시고 주일 예배에 참석하셨다. 그때마다 만나뵙고 인사를 드리면 늘 웃음으로 답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임 권사님이 2004년 3월 5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우리와 이별을 했다. 7년 후인 2011년 11월 22일 임 장로님도 권사님 곁으로 가셨다. 나는 가끔 임 장로님과 골프 운동을 같이 했다. 그때만해도 건강하셔서 카트를 타지 않고 걸으실 만큼 건강하셨다.

나는 엘크릿지에 있는 매도릿지공동묘지에 가끔 들린다. 어머님과 우리 친척 몇분이 이자리에서 잠들고 있기 때문이다. 임공직 장로님 부모님과 임 권사님도 이곳에 잠들고 계시다. 임권사님 묘소는 바로 어머님 옆에 계신다.

이 자리에서 가끔 임 장로님을 뵌다. 임 장로님은 거의 매일 권사님 묘소를 찾으셔서 과일을 놓고 가셨다. 권사님이 좋아하셨던 과일들이라고 하셨다. 그러다가 지금은 권사님과 함께 잠들고 계신다. 한영배 장로님 내외와 임공직 장로님 내외분은 볼티모어연합교회에서부터 함께 신앙생활을 한 연유 때문에 남달이 가까운 사이로 지내왔다. 그리고 벧엘교회로 오셔서 초기에 많은 봉사를 하셨으며 아름다운 추억들을 남겨놓셨다. 그러다가 지금 두 내외는 천국에서 만나 옛날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시리라.


허종욱 / 버지니아워싱턴대교수 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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