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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 맛집이 없다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작살을 준비해야할까?

구릿빛 두툼한 손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고수다. 직접 배를 타고 나가 물고기를 잡아온다는 그 손으로 회를 뜨는 주인장의 뒷모습이 왠지 듬직한 곰을 닮았다. 맞다. 이곳은 곰의 전설을 품은 섬 강화도. 그 중에서도 바닷가 횟집인 것이다.

지금이야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다채로운 관광명소와 맛집 그 중에서도 곰과 호랑이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단군신화를 상징하는 곳이 되었지만, 이곳 강화도 역시도 옛날옛날 그 언젠가는 사람 하나 살지 않는 무인도였을 것이다. 어쩌면 훗날 아리따운 여인으로 변모할 운명의 암컷 곰 한 마리만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다 두툼한 손바닥을 내리쳐 물고기를 잡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어떤 일로 무인도에 홀로 살게 된다면, 그는 맨 처음 무슨 일부터 할까? 아마도 표류하다 섬에 왔을테니 마실 물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엔? 십중팔구는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을텐데, 무인도에서 먹을 것을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결국 나뭇가지 하나 꺾어들고 얕은 바닷속을 뒤지며 세상에서 제일 둔한 물고기라도 한 마리 잡아 허기를 채울 것이다.

2000년 개봉한 미국영화 <캐스트 어웨이> 는 주인공 톰 행크스가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해 4년여를 살아가는 이야기다.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등 여러 상을 고루 받은 톰 행크스의 연기력도 발군이지만, 관객들은 영화속 주인공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에 절로 감정이입되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 물고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몇날 며칠 허탕을 치는 모습에서 섬생활의 고단함은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란 점도 실감했을 것이다. 물론 윌슨이라는 배구공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장면도 인상 깊었을테지만...



강화도가 무인도가 아닌 점은 그래서 반갑고 벅차다. 직접 나뭇가지 작살을 만들어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고를 덜어준다. 더구나 강화도엔 맛집이 즐비하다. 사시사철 특색있게 준비된 제철 별미로 꽃게탕·장어·물회는 그야말로 기본. 특히 강화도 선두리 어시장에 자리한 ‘보광호’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선주 직판이라는 장점이라는데, 해물의 신선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란다. 이 집은 매일 아침 강화 앞바다에서 직접 조업한 해산물과 횟감을 손님들한테 제 때에 선보인다. 자연산 회를 비롯해 꽃게탕, 장어구이, 해산물 모둠, 해물 조개찜 등 메뉴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 특히 손가락 한 마디만큼 굵직하게 썰어내는 자연산 회는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 씹어도 안 넘어갈 것 같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만약 강화도가 무인도가 아니어서 섭섭한 사람들에겐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코스도 마련돼 있다. 당연히 <캐스트 어웨이> 의 주인공처럼 4년 넘게 홀로 고생할 필요는 없다. 맛집 보광호에서 연결하고 소개해주는 낚시체험, 갯벌체험, 섬 생태체험 만으로도 현대인들에겐 무인도 섬생활 이상의 강렬한 추억이 될 것이다. ‘먹고 보고 즐기는’ 3중의 추억을 이곳 강화도는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강화도 맛집 ‘보광호’에는 가족 단위 고객이 편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어린이 놀이방도 마련되어 있다. 3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해 온 만큼 맛과 품질은 물론 쾌적한 공간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먹는 코스와 체험코스는 주인장에게 직접 물어보면 살갑게 안내해준다.

그나저나 강화도 마니산의 단군왕검은 곰(웅녀)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곰은 잡식성이라서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이런 기질을 물려받은 한민족이라면 강화도에 참성단과 맛집들만 있어야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이참에 강화도를 무인도체험 및 홀로생존 체험장으로 특화시켜 나가는 걸 어떨까? 곰을 닮아 생존력, 독립심, 사냥본능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을까? 배달의 민족인 것도 맞지만 단군의 민족인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강화도 맛집 보광호에서 회를 먹다 문득 스쳐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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