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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졸혼'의 정체

오랜만에 연락이 온 지인과 일상적인 인사를 주고받는다. 건강하게 잘 지내겠지. 할 수 없이 아직도 같이 살고 있단다. 가끔 만나는 부부간의 평탄하지 못한 모습들이니 대수롭지 않게 들어 넘긴다. 애들 대학 졸업시켜 내 보내고 부부만 남아 알콩달콩 신혼으로 돌아간다는 꿈같은 얘기는 보기도 힘들고 듣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긴 세월 살아봐도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부부간의 잘 사는 법은 무엇일까. 가까운 지인 중에 일명 '삼식이' 오빠 모시고 사는 부인이 있다. 삼시세끼 시간 맞춰 한 끼도 안 거르고 대령이다. 볼일이 있어 한국을 갈 때도 하룻밤만 자고 잽싸게 돌아온다. 냉장고에서 꺼내서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겨우 허락받고 다녀온다. 친구들과 약속을 할 수 없다. 아침 대령하고 잠깐 외출했다가 점심 차리러 들어온다. 다시 나가도 저녁시간에 맞춰 논 알람이 어김없이 집으로 데려다 준다.

왜 그러고 사느냐고 애정 없이 삐죽거리는 친구들도 있다. 전생에 남편에게 무슨 죄를 그리 졌기에 그 꼴로 사느냐고 가볍게 나불대는 입들도 있을게다. 생각해보면 결혼생활이 잘 지탱해 나가려면 중간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각자 내 사람이 되었으니 쉽게 보고 예의도 버리고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만방자 일색이 되기 쉽다.

무조건 참고 기다리라는 우리 부모세대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허다한 아내들이 희생된 사실을 외면하지 못하리라. 자신의 존재감이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 누리지 못하는 삶을 본다. 일부는 그렇게 사는 것이 올바른 인생이란 오해로 자신이 죽기까지 감내하며 산다.



모르고 만족하며 산다면 더 바랄 것 없다. 참아서 기쁘고, 시키는 대로 순종해서 행복했다면 무슨 이론이 필요하겠나. 사랑이라 착각하고 자기 이론대로, 자기가 원하는 로밧으로 만들어 호통치고 가르치며 꼴 지으려 욕지거리 마다 않고 폭력 휘두르며 당연시하는 환자 같은 배우자도 있다. 초장에 문제점을 의논하고 개선했다면 바른 결혼생활이 되었을 것이다.

삼식이 남편 극진히 모시고 사는 지인은 나름대로 철학이 있다. 자신이 불행하단 생각 없다. 죽을 때 돼서야 철 든다는 남자들하고 뭔 싸움질을 하겠느냐. 자존심 상해서 따지기 싫다. 원하는 대로 살아주겠단다. 어찌 됐던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었으니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이론이다. 확실한 이유가 있으니 남의 시선 따윈 신경 쓸 필요 없단다. 난 그래서 그를 친구 한다. 누가 내 인생 대신 살아 주겠는가. 남의 기준에 신경 쓸 것 없다. 내 마음이 평화를 누려야한다, 나 자신이 행복하단 느낌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내가 주인으로 내 삶을 꾸려보자.


노기제 / 전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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