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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는 즐거워] 여행의 '민낯'

나는 남아메리카 '수리남'이라는 나라를 여행했다. 수리남에서 놀란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대한민국 사람이 그 존재조차도 모를 수 있는 나라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탑이 있다는 것이다. 녹이 슬은 동상은 무거운 비옷을 입고 흙탕길을 걷는 군인의 모습이다. 그들의 얼굴 모습은 혼혈인종의 모양이었다. 그들은 지친 모습으로 M-1소총을 오른손에 들고 걷고 있었다. 수리남에 갔다온 지 수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오지의 사람들이 무슨 연유로 6·25전쟁에 뛰어들었는지 모른다.

수리남은 여러 인종이 살고 있었다. 그 나라의 상점들은 대부분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철조망 사이로 물건을 내주고 돈을 받았다. 내가 여러 해 본 나라 중에서 한국이나 미국처럼 물건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돈을 마음대로 줄 수 있는 나라는 그리 흔치 않았다. 범죄 때문이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맥주집이었다. 이 가게는 손님이 앉아서 술을 골라 먹는 곳과 맥주를 내주고 돈을 받는 주인 사이에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손님들 사이에 가서 앉았다. 대부분의 손님은 얼굴이 검은 사람들이었다. 내 옆에 앉아있는 흑인 여자자 내게 술을 권했다. 나는 기꺼이 받아 마셨다. 나는 이 술집에 여러 번 갔고 이 흑인 여자와 친해졌다. 나는 이 여자에게 술을 사기도 했다. 때론 물어보았다. "당신 같은 예쁘고 젊은 여자가 무엇 때문에 이 거지들이 득실대는 곳에 앉아 있느냐?"



내가 항상 아쉬워하는 것은 나의 민족인 한국사람은 좀처럼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가본 여러 나라 사람들은 그것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진실'을 말한다. 처음 보는 사람인 나에게도. 그 여자는 '마약'을 판다고 하였다. 이유는 키워야 할 자식들이 있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여자에게 술을 더 사주었다. 술을 많이 마신 나는 이 여자보다 더 취했다. 나는 81세다.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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