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배우는 마르띤의 스패니시 생활회화 <256> 신구대륙 자원 교류5

옥수수의 인류 역사 공헌도도 대단하다. 옥수수와 감자는 사람의 식량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어서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세계적으로 인구가 많은 국가들의 인구를 늘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특히 동물의 사료로는 옥수수만큼 저렴하고 생산성이 높은 작물이 없어서 전 세계의 가축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뿐 아니다. 유럽과 미국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수천만 명의 흑인 노예들을 잡아서 대서양을 건널 때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은 별로 없었다. 증기선이 출현하기까지 대서양 횡단 항해에는 두 달 이상이 소요되었고 그 기간 동안 상하지 않으면서도 싼 식품은 옥수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흑인 노예들이 배 안에서 옥수수로 연명하며 대서양을 건넌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20세기 말까지 인류와 가축의 증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옥수수가 그 성분 중에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오메가 6 지방산'이 다량 포함된 것이 밝혀지면서 서서히 거리를 두어야 할 식품으로 바뀌고 있다.

인류 비만의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식품이 바로 옥수수다. 바로 '오메가 6 지방산'이 비만의 주범인 것이다. 하지만 동물은 옥수수를 먹어야 비만이 되고 가치가 올라간다. 지금 인류는 가축을 사육하면서 거의 옥수수를 사료로 하고 있다. 닭의 사료인 경우 거의 100% 옥수수이고 소의 사료인 경우도 80~90%가 옥수수다. 돼지 사료에는 절반 정도 옥수수가 들어가면 단지 양과 염소만 옥수수를 사료로 쓰지 않는다.

이렇게 옥수수를 가축 사료로 쓰는 이유는 옥수수를 사료로 쓰지 않으면 가축들이 살이 찌지 않을 뿐 아니라 사료 중 가장 싸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서 건초(풀)가 옥수수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이렇게 옥수수를 먹고 자란 가축을 인간이 먹기 때문에 옥수수는 인간의 비만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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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언어학자/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