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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칸영화제] "조태오가 준 딜레마 '버닝'으로 내려놔"

유아인 인터뷰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버닝'의 주연 유아인(32)을 폐막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현지시간) 칸 해변에서 만났다. 유아인은 내내 '홀가분해' 보였다. 출국 전 기자회견 때만 해도 이따금 떨렸던 목소리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전날 열린 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자주 웃었고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공식 일정 때마다 다른 두 배우를 향해 응원하는 듯한 미소를 짓더라고 묻자 그는 "종서씨는 신인배우고 스티븐은 낯선 환경에서 일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라며 "배려도 있지만 영화를 잘 끌어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제 사심?욕심은 비우게 됐다"고 했다. "저야 어차피 너덜너덜하잖아요." 그가 농담 반 웃었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종수는 가난한 작가지망생이다.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때도 구부정한 자세로 터벅터벅 걷는 종수에겐 삶 자체가 무거운 짐이다. "종수의 실질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고, 그처럼 힘든 상황에 놓인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상징한 무용처럼 접근한 부분도 있어요. 제가 캐릭터를 해석해서 표현한 거고 감독님도 싫어하지 않으셨어요."

"배우에게 이런 인물이다,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이창동 감독의 말. 그는 캐릭터의 내적 동기를 정해놓는 순간 영화가 보여주려는 미스터리가 깨질 것 같아, 배우들이 각자 정해서 연기하도록 열어뒀다고 귀띔했다. 촬영 전 리허설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감독으로선 이례적인 방식이다.



때문일까. 유아인의 연기 스타일도 감정을 내지르던 전작들과 확연히 달라졌다. 스스론 "때를 벗었다"고 했다. 종수는 실종된 어릴 적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찾기 위해 의심스런 남자 벤(스티븐 연 분) 주위를 맴돌지만, 종국엔 종수 자신조차 미궁으로 남는다. "영화의 모호함처럼 인물도 해석의 여지를 두기 위해 최소한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종수로서 존재하는 것. 그게 제일 힘들었다"며 유아인은 말을 이었다.

"잘하는 연기가 뭘까요. 항상 의문입니다. 효과적인 감정 전달을 위해 외적으로 과잉된 표현을 요구하는 촬영 현장이 많아요. 짜여진 숏 안에서 누가누가 더 큰 파장을 만들어내느냐의 서바이벌을 하는 느낌도 있죠. 표현의 진정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그런 죄의식조차 잊게 돼요. 바깥으로 뚫고 나가는 기교?표현력에 저만의 색깔이란 걸 더하면서 근육을 키우듯 뭔가를 괴물처럼 만들어왔던 것 같아요. 사실 자연스러움조차 테크닉적으로 연기할 수 있거든요. '버닝'에선 그것조차 내려놨어요. 15년 연기 인생에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어줬죠."

'버닝'은 세상을 손쉬운 선악 구도로 가르지 않는다. 무조건 옳은 선택도 없다. 누군가의 정의가 다른 누군가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아인은 "한 인간, 인간을 각자로 바라보고 해석하려 하는 이창동 감독의 조심스런 태도가 세상에 대한 책임으로, 새롭고도 윤리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 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젊은 세대가 많이 봐야 한다"고 했던 이유다.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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