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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부부에게 찾아온 아들의 실종

러시아 감독 즈비아긴체프 작품
사랑에 대한 원초적 의구심 제기

러브리스 Loveless (Nelyubov)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
출연: 마리아나 스피바크, 알렉세이 로진
상영시간: 127분
상영: DVD, 아마존, 아이튠, 판당고(FandangoNow)


영화 '러브리스'는 한국인들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이혼과 불륜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인간 내면의 차가운 진실과 극단적인 상황에 도달하고서야 깨달음을 얻는 우리들의 어리석은 속성을 깊이 성찰하게 하는 영화다. 2003년도 베니스 영화제 대상작인 리턴(The Return)을 선보인 이래 줄곧 느리고, 차가운 연출 톤으로 러시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온, 현대 러시아 영화의 선두주자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최신작이다.

누군가의 아기를 임신한 아내의 숨겨진 비밀을 뒤쫓는 스토리로 칸영화제 대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던 2007년작 배니시먼트(The Banishment), 알코올중독, 부패한 관료, 청소년들의 탈선을 소재로 다뤄 칸영화제 각본상과 골든그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던 2014년작 리바이어던(Leviathan) 등은 놓칠 수 없는 즈비아킨체프의 문제작들이다.

냉정하리 만치감정 이입이 제어된 2시간 7분짜리 드라마 러브리스. 느리게 풀리지 않는 스토리의 전개 방식은 그의 이전의 작품들과 매우 흡사하다.



제냐와 보리스가 서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사랑 없는 부부라는 사실은 첫 장면에서부터 확연히 감지된다. 아들 알리오샤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그저 형식적 일뿐 전혀 애정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마지못해 기르는 알리오샤의 모습이 애처롭다. 이미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공연히 만나는 애인들이 따로 있다. 저녁 일과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기 보다 각자 애인의 거처로 찾아가 욕망을 채워 나가는 제냐와 보리스의 모습은 일단 '사랑'으로 위장되어 있다.

하루 하루를 넘기던 이들의 결혼 생활은 급기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학교에서조차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알리오샤가 부모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종적을 감추어 버린 것이다. 아들의 실종 조차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부부는 며칠이 지나도록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알리오샤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실종된 아들을 찾아 헤매는 보리스와 제냐의 애타는 추적의 과정은 분명 스토리텔링의 주된 부분이지만, 감독은 알리오샤의 발견 여부를 애써 피해가며 대신 두 부부에게서 보여지는 심리상태의 변화 과정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사랑이란 원초적인 주제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4명의 등장 인물들의 심리 관찰과 변화하는 상황 묘사에 집중하면서 과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만나면 서로를 질책하느라 언성만 높이던 제냐와 보리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이웃들은 무표정과 무채색의 일색이다. 이혼율 50%대에 이르는 러시아의 오늘날의 사회 현실을 반영한 심각함이 담겨있다.

위태롭게만 보이는 부부관계에 초점을 맞추던 영화는, 사랑 없음을 이유로 도피한 애인들과의 관계에는 사랑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상징적 대칭 안에 영화의 핵심이 담겨있다. 영화는 분명 러시아의 한 가족의 해체기에 관해 얘기하고 있지만 객관적이며 유쾌한 답은 어디에도 없다.

SNS 등으로 상징되는, 근본적으로 사랑이 깊게 뿌리내릴 수 없는 사회와 시대, 간편한 쾌락과 수동적 생활 양식으로 만연된 사회에서 과연 사랑 받지 못하고 성장하는 자녀들은 온전한 인성을 지닐 수 있을까. 어떤 책임의식도 없이 자신의 편리함에 매달려 부와 커리어를 추구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스마트폰 시대의 고립감에서 오는 종말론적 암울함은 비단 러시아의 오늘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2017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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