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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시간을 품은 나무들의 고향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P)

브라질의 생물예술가 에두아르도 카츠는 2000년 새로운 예술작품을 창조하기로 결심했다. 녹색 형광 토끼였다. 그는 프랑스의 연구소와 접촉해 자신의 설계대로 토끼가 빛을 내도록 유전자 조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연구소는 지극히 평범한 흰토끼의 배아에 녹색 형광을 발하는 해파리 유전자를 삽입했다. 녹색 형광 토끼 한 마리가 탄생했다.

카츠는 이 토끼에 '알바'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구상에 생명이 탄생한 이래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혁명일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영생을 연구한다. 마치 죽음을 없애버리려고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 영웅 길가메시 같이.

방법은 여러 가지다. 생명공학, 유기물과 무기물을 하나로 결합시킨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물 공학 등이 생명연장을 이뤄줄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런 연구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인류는 앞으로 몇 세기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생명공학적 신인류, 영원히 살 수 있는 사이보그로 대체될 것이라고 생물학과 역사학을 결합해 인류역사를 얘기하고 있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말한다.



40억 년 지구의 역사에 몇천 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100년을 살기 힘들어 영생을 연구하는 인간의 수명에 비하면 나무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현재 지구상 최장수 나무는 뉴햄프셔주의 화이트마운틴에 있는 '브리콜론소나무'로 5000살이 넘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인요 국립공원에 있는 메두셀라라고 불리는 나무는 2017년 4765살이 되었는데 나이가 측정된 나무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은행나무, 향나무, 느티나무들도 1000년을 넘게 산다고 한다.

레드우드의 고향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거대한 나무가 숲의 깊이를 말해주듯 높은 나무 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오는 몇백 몇천 년을 살아온 장수 거목들이 초라한 우리를 위로하듯 내려다본다.

레드우드는 삼나무의 일종으로 보통 높이 100미터 가까이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다. 오리건과 캘리포니아 해안지방을 잇는 400여 마일의 101번 하이웨이를 따라 레드우드 숲이 장관을 이루는데 이곳은 안개가 습기를 만들고 계곡과 개울이 있어 레드우드가 생존하기에 이상적인 기후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레드우드 공원으로 크레슨 시티와 오릭사이의 캘리포니아 북쪽 해안에 있다. 이 곳에서 가장 키가 큰 레드우드를 구경할 수 있다.

나무는 동물과 같은 수명이 없다. 줄기와 가지 끝에 있는 생장점에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고 뿌리도 매일 죽고 매일 새로운 가는 뿌리가 만들어진다. 자연재해로 뿌리가 뽑히거나 병충해의 피해가 없고 환경이 유지된다면 자연사하지 않는다.

레드우드 숲을 거닐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주장을 생각해 봤다. 수백 년 후 과학의 발달로 태어난 죽지 않는 신인간들이 지금 내가 바라보던 레드우드 나무 사이를 걷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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