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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여유 확보위해 캠퍼스 축소 선택"

신학교의 현실과 미래는 어디에 (1)
유명 풀러 신학교 캠퍼스 이전키로
긴축 경영으로는 변화 대처 힘들어

미래 대비해 디지털 교육으로 전환
건물이나 외형은 갈수록 불필요해
오늘날 신학교에 던지는 메시지 분명
생존을 위한 대안 고민해야 살아남아




남가주 지역을 대표하는 풀러신학교가 캠퍼스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본지 5월23일자 a-1면> 현재 패서디나 지역 캠퍼스를 모두 매각하고 3년내로 LA동부 포모나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풀러신학교 캠퍼스 이전 발표를 통해 신학교와 교계에 던져진 메시지에 분명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기독교가 시대적으로 처한 현실은 생존을 위한 대안이 요구될 만큼 암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지는 이번 풀러신학교 사태와 이를 통해 신학교와 교계의 현실 그리고 미래 등을 집중 취재해 시리즈로 보도한다.





명문 신학교인 풀러신학교가 포모나 지역으로 이전을 결정한 배경에는 '재정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캠퍼스 이전을 발표한 뒤 이 학교 마크 래버튼 총장은 내부적으로 보낸 편지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점점 더 어렵고 혼란스러워지는 대학 교육 환경을 경험하면서 재정 발굴, 예산 검토, 고통스러운 삭감 등을 겪어 왔다. 긴축 경영으로는 변화 수위에 충분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래버튼 총장은 캠퍼스 이전이 "향후 수십 년을 향해 학교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라며 캠퍼스 이전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캠퍼스를 포모나로 이전했을 때 얻게 될 이득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는데 모두 '돈'에 대한 부분이었다.

패서디나 캠퍼스 매각시 ▶학교와 관련된 모든 채무를 없앨 수 있고 ▶포모나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학생 및 교직원의 생활비 등이 현저히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는 풀러신학교가 이전 결정 이면에 재정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캠퍼스 이전 발표 직후인 지난달 24일 풀러신학교는 한인 언론만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한인 목회자만 1000여 명 이상 배출해왔고 학생 수급에 있어 한인 교계 및 한국 기독교계와 관련이 깊은 탓에 특별히 한인 언론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만큼 풀러신학교의 캠퍼스 이전 소식은 한인 교계에도 충격이었던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마크 래버튼 총장이 직접 나서 캠퍼스 이전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풀러신학교에 따르면 이미 포모나 지역에 4.5 에이커 정도의 캠퍼스 부지(일부 건물 포함)를 매입했다. 현재 패서디나 지역 캠퍼스(약 13에이커)는 구매자가 선정되는 대로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래버튼 총장은 "자세한 매입 가격이나 현재 캠퍼스의 매각 예상 가격 등을 밝힐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부동산 현황 등을 종합해볼때 여러모로 재정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며 "캠퍼스 매각은 구매자가 나타났을 경우 학교 이사회가 여러 부분에서 패서디나 커뮤니티에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개인 또는 단체인지를 검토해보고 최종적으로 매각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학교 측 설명대로라면 포모나 지역의 새 캠퍼스 규모는 현재 패서디나 캠퍼스의 1/3 수준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캠퍼스의 외형적인 하드웨어를 축소하는 대신 온라인 수업 개설 등을 통해 디지털 교육 중심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를 대비해 디지털 교육으로 전환하게 되면 효용 가치로 볼 때 건물이나 외형적 규모는 갈수록 불필요해진다는 계산이 선 셈이다.

래버튼 총장은 현 상황을 두고 "신학교가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를 앞두고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는 시점"이라며 "이는 향후 70년을 내다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래버튼 총장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어 '거리(distance)'는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이 역동적인 온라인 학습을 경험하게 될 때 과거 교회 역사에서는 불가능했던 보다 폭넓은 세계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풀러신학교로서는 캠퍼스 축소로 생존과 재정 문제를 타개하고 디지털 학습 토양을 조성함으로써 교육의 효율성을 최대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날 풀러신학교는 새로운 캠퍼스가 앞으로는 전통적인 학습이 아닌 온라인 학습을 위해 설계된 시설과 중앙 집중식 행정을 통해 운영될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이미 풀러신학교는 미국 최첨단 소프트웨어 업체인 'VMware(최고 경영자 팻 겔싱어)'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교육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풀러신학교는 성경적 근거를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적응하는 방법을 제시해왔다"며 "(이번 결정이)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용기있고 혁신적이며 신실한 복음주의 지도자를 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풀러신학교의 캠퍼스 이전 결정을 오늘날 신학교와 교계가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데이비드 노 목사(어바인)는 "재학생만 3000여 명이 넘는다는 풀러신학교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오늘날 교육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그 흐름에 긴박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한 학교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현존하는 수많은 신학교가 미래를 대비하지 않을 경우 생존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이번 풀러신학교의 결정이 교계에 암시하는 메시지는 그만큼 명확하다"고 전했다.

한편, 풀러신학교는 웨스트민스터, 덴버, 트리니티, 고든콘웰 등과 함께 미국 내 대표 복음주의 신학교 중 하나로 꼽힌다.


"수년전부터 조짐은 계속됐었다"
갑작스런 결정 아닌 불가피한 선택



풀러신학교의 캠퍼스 이전은 갑자기 내려진 결정이 아니다.

이미 수년전 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조짐이 포착됐었다.

우선 목회자 양성 과정인 목회학(M.Div) 정원의 미달 사태가 계속돼왔다. 4년전에는 기숙사 건물 일부도 내놓았다.

신학교 운영과 관련한 재정 문제는 이미 교계에서 암암리에 퍼져 있는 상태였다.

지난 2016년에는 한인 프로그램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했었다. 당시 구조조정 이면에도 재정난이 하나의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한인 교계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해 7월에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지역 캠퍼스 폐쇄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풀러신학교는 오렌지카운티 지역 어바인 캠퍼스를 비롯한 워싱턴주 시애틀, 북가주 멘로 파크 등의 지역 캠퍼스 3곳을 모두 폐쇄하는가 하면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 캠퍼스가 제공해온 목회학(M·Div) 등 4개 학위 과정 역시 중단한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래버튼 총장은 "2013~2017년 사이 학생 등록률을 보면 온라인 과정 등록은 5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지역 캠퍼스는 등록률이 30%나 감소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큰 도전 과제였으나 등록률 감소는 학교 재정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고 결국 캠퍼스 폐쇄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번 패서디나 캠퍼스 이전 결정은 학교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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