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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마음 공부와 독서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LA중앙일보] 발행 2018/08/07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8/08/06 18:59

성인이 나시기 전에는 도(道)가 하늘에 있고, 성인이 나신 뒤에는 도가 성인에게 있고, 성인이 가신 뒤에는 도가 경전에 있다는 말이 있다. 성자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은 공부의 방향로라 하여, 종교를 불문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경전공부에 힘쓸 것을 강조한다. 비단 종교가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사회에서도 독서는 인격의 고양과 세속적 성공을 위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여겨진다.

대학입학시험이나 학위 취득의 경우, 관련 서적을 많이 읽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은 커진다. 마음공부의 경우는 어떠할까? 관련 경전을 많이 읽을수록 지혜가 깊어지고, 마음의 힘이 커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원불교에서도 특정 가르침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종교가의 경전을 두루 참고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단 정당한 법으로 주관을 세운 후에 참고하라는 단서를 단다.

대종사께서는, "간단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으로 도를 깨쳐야 하나니, 오거지서(五車之書)는 다 배워 무엇하며 팔만장경은 다 읽어 무엇하리요. 그대들은 많고 번거한 옛 경전들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마땅히 간단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으로 부지런히 공부하여, 뛰어난 역량(力量)을 얻은 후에 저 옛 경전과 모든 학설은 참고로 한 번 가져다 보라. 그러하면, 그때에는 십 년의 독서보다 하루아침의 참고가 더 나으리라" 하셨다.

골프를 배운다고 생각해보자. 기본기가 갖추어지기도 전에 여러 사람에게 각기 다른 지도를 받거나 이런 저런 조언을 듣게 되면, 그 지도나 조언은 약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기 십상이다. 훌륭한 지도인을 만나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후에야 여러 조언들이 자기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마음공부, 진리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교가의 경전은 물론, 일반 철학서과 사상서를 두루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

마음공부와 진리공부를 가르치고 배우는 종교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가르침이다. 머리 좋은 소수의 학자들이나, 일생의 대부분을 마음공부와 진리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 성직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내용과 시스템이어야 큰 도라 할 수 있고 바른 종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 가운데 이 정도의 독서가 가능한 시간과 지적능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사, 시간이 되고, 지적능력이 되어서 수백 권의 경전을 읽는다 한들, 대학 입학시험처럼 그것이 지혜와 마음의 힘과 비례한다고 할 수 있을까?

부처님께서는, 독서에 빠지면, 박식은 될지언정 정신기운이 약해져 오히려 참 지혜를 얻기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경계하셨다. 위대한 학자일수록 깨달음에 이르기 어렵다는 불가의 속설을 속설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렇다면, 불가에서 경전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경전의 한계나 폐해에 대한 가르침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언어(경전)를 통해 얻는다. 불가의 수행에 있어서도 경전은 출발점이자 기본이다. 단, 명상과 실천이 병행되지 않으면 다독이 반드시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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