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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암치료 '열쇠' 환자 유전자에서 찾다

림프 전이 없는 초기 유방암 환자
암 조직에 있는 21개 유전자 분석
항암 치료 여부 판단하는 길 열어

혈액으로 개인의 암 위험을 예측하고 같은 암이라도 성질에 따라 전혀 다른 약을 사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인간이 유전자 분석 기술과 빅데이터를 무기로 암을 무섭게 쫓고 있다. 전문가들은 암 치료의 실마리를 개인의 유전 정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암의 병기나 암세포 종류만이 아닌 유전적 유형이나 유전자 발현 정도에 따라 맞춤 치료제를 선택해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암에서의 맞춤 치료,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봤다. 지난달 저명한 국제학술지(NEJM)에 의미 있는 임상연구 결과가 실렸다. 림프 전이가 없는 초기 유방암 중 '호르몬 양성·HER2 음성' 유형에 속하는 환자 1만여 명을 9년간 추적해 화학적 항암 치료가 '필요 없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현재 환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호르몬(수용체)'과 'HER2'의 양성·음성 여부를 따져 네 가지 아형(유형)으로 나눈 뒤 맞춤 치료를 한다. 가령 먼저 종양을 제거한 뒤 'HER2'가 양성이면 표적 항암 치료를, '호르몬'이 양성이면 호르몬제를 쓰면서 경우에 따라 일반적인 화학적 항암 치료를 함께 한다. 이번 연구는 이 화학적 항암 치료를 건너뛰어도 되는 환자에 대한 판단 기준의 근거를 마련했다.

유방암 환자 1만여 명 9년 추적 연구

연구에 이용된 '온코타입(Oncotype DX)' 검사는 환자의 유방암 조직에서 21개 유전자를 분석해 암 재발의 위험 점수를 0~100점까지 계산한다. 암의 분열 속도가 빠르게 나타날수록 점수가 높다. 저위험군(10점 이하)은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고위험군(26점 이상)은 '탁산' 같은 화학 항암 치료를 하도록 안내한다. 하지만 11~25점인 중위험군에서는 뚜렷한 임상 근거가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이 '애매한' 그룹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장기 임상연구다. 그 결과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아도 9년간 암 재발률이 5.5%에 그쳐 항암 치료를 한 그룹(5%)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항암 효과가 큰 의미가 없었다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유방암센터장)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임상에서 더 명확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초기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 포함된 이 검사는 2004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검사의 개발자는 한국인으로 연세의생명연구원 백순명(혈액종양내과 교수) 원장이다. 그가 미국 피츠버그의 국립유방암임상연구협회(NSABP)에 있을 때 공동 개발했다. 400만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국내에선 검사율이 낮았다가 최근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과잉 항암 치료 방지 효과적인 검사

이 검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환자가 과잉으로 항암 치료 받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순명 원장은 "화학항암제는 환자에게 탈모·구토·불임과 인지·면역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항암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진행할 필요가 없으며 사회·경제적으로도 손해"라고 말했다. 이 검사의 대상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35%에 해당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검사를 통해 항암 치료를 피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단 이번 연구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나이에 따른 항암 효과 차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같은 중위험군 중 50세 이하의 환자군에서는 항암을 하지 않았을 경우 9년 후 다른 장기에 암이 재발할 확률이 다소 높아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50세 이하면서 검사 결과가 16~20점일 경우 항암 치료를 하지 않은 그룹이 항암 그룹보다 2%포인트 정도 암 재발률이 높고, 21~25점군에서는 6.5%포인트 더 높았다. 국내 유방암의 평균 발병 나이가 40대 후반임을 고려한다면 나이에 따른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백 원장은 "불과 몇 퍼센트 차이지만 유방암이 5년 후 다른 장기에서 재발했다는 것은 이미 전이가 진행돼 장기 생존이 어렵다는 뜻"이라며 "중위험군이라도 50세 이하라면 항암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위험군에 가까운 21점부터는 항암을 진행하는 게 좋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예후 나쁜 암 표적치료제 개발 우선

현재로선 임상에 적용되는 정밀 의료는 유방암에서 가장 앞서 있다. 유방암의 특성상 분자 아형이 쉽게 나눠지고 이에 따른 맞춤 치료 효과가 명확한 덕분이다. 최근에는 다른 암에서도 이런 분자 아형 분류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백 원장은 "암 치료법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암 종류별로 치료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암 유전자 변이가 나올 때마다 연구자들이 매달려 이를 공격할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 아니라 먼저 유전적 특성에 따라 아형을 나눠 예후가 나쁜 그룹을 찾아낸 뒤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대장암·위암의 약 25%는 '상피중간엽전이(EMT)'라는 골치 아픈 아형에 속한다. 예후가 나빠 5년 생존율이 30% 미만인데다 암의 분열 속도가 느려 이를 방해하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도 듣지 않는다. 이런 암 치료제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팀이 신약 물질을 발견해 개발 중이지만 아직 쓸 수 있는 약은 없다.

현재까지 암 맞춤 치료제 개발은 폐암이 앞서 있다.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돌연변이 유전자 10여 개 중 EGFR·ALK 등

4에 대해 이미 표적치료제가 개발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있다. 절반 이상의 폐암은 전이가 된 상태에서 발견돼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암 맞춤형 약물을 써도 1년 내 내성이 생겨 약을 계속 바꿔야 한다.

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이계영(폐암센터장) 교수는 "폐암은 5년 생존율이 30%를 밑도는 데다 관여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도 많고 면역치료제도 안 듣는 환자가 절반 이상"이라며 "폐암 치료에서는 암 조기 발견을 목표로 간단한 방법으로 빠르게 폐암 유전자 변이군을 확인하는 방법의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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