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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평등 선진국이 외려 여성 참정권 부여 늦어

여성의 달 3월에 돌아본 여성 참정권 역사

여성 참정권이 주어지기까지 전세계 여성들은 끊임없는 투쟁과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여성 참정권이 주어지기까지 전세계 여성들은 끊임없는 투쟁과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3월은 '여성 역사의 달'(Women's History Month). 여성 인권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아직도 사회 각 분야에 존재하는 여성 차별의 벽을 허물어 진정한 남녀평등의 사회를 구현하자는 의미가 담긴 달이다. 여성 역사의 달을 맞아 배너티 페어 등 여성지가 조명한 여성 참정권의 역사를 돌아본다.

미국 1920년ㆍ프랑스 1944년ㆍ스위스 1971년
뉴질랜드가 세계 처음ㆍ바티칸은 아직도 없어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놀랍게도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이 참정권 역사만으로도 그동안 여성들이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냈는지를 알 수 있다.

민주주의의 본 고장이라는 미국만 해도 여성이 투표할 수 있었던 것은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1920년. 1870년 흑인 노예에게 선거권이 주어지고 50년이나 지난 후였다.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이 시작된 것은 1848년. 세계 최초로 뉴욕에서 열린 여권대회를 통해서다. 이 대회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선언이 채택되며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토대가 마련됐다.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선구자는 수전 앤서니. 그는 1869년에 전국여성참정권협회를 조직, 체계적으로 여성 참정권 운동을 펼쳤었다. 그는 또한 노예제 폐지 운동에도 앞장섰던 열혈 사회운동가였다.

남녀평등 사회의 선두를 자처하는 프랑스나 스위스에 비하면 그나마 미국은 매우 진보된 편이다. 프랑스가 여성에게 선거권을 준 것은 1944년. 스위스에서는 1971년이 되어서야 여성에게 투표를 허락했다.

민주주의의 전통이 그 어떤 나라보다 일찍 확립된 곳인 이들 국가에서 여성에게 이처럼 차별의 족쇄를 오랫동안 채워놓았다는 것은 아이러니치고는 대단한 아이러니다.

프랑스의 여성 참정권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랜 투쟁 후 얻어진 값진 결과다.

1789년 8월 프랑스 혁명 중 라파이예트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발표했지만 여성은 이곳에서 제외됐다. 이에 여성혁명가 올랭프 드 구즈가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분연히 나섰다. 그는 '여성의 권리선언'을 통해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분야에 있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여성의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벽보를 붙이다 체포돼 단두대에 오르는 비운을 당해야 했다. 당시 그의 죄목은 '남성만의 평등을 위한 혁명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었다.

그가 죽기 전 남긴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단상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는 절규는 여성인권 투쟁의 역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프랑스의 여성들은 오랜 어둠의 세월을 거친 후 1944년에야 참정권을 얻어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여성과 남성 장관이 똑같이 17명씩인 남녀평등 내각이 탄생하기까지 무려 220년이 걸렸다.

참정권을 얻기까지 스위스의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투쟁의 세월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스위스 역사에서 이 나라 여성들이 남성과 동일한 정치적 권리를 얻기 위해 걸린 시간은 무려 7세기가 넘는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여성 참정권을 가장 뒤늦게 인정한 나라로 기록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공화정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 나라는 선거 제도의 확립에 있었어도 매우 뒤늦은 나라라는 오명을 달고 있기도 하다.

여성 참정권 역사를 더듬어 보면 이외에도 매우 놀라운 사실을 적잖게 발견하게 된다.

미국과 프랑스, 스위스보다는 이르지만 영국 역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1918년. 그나마 30세 이상이라는 나이의 제한을 둔 어설픈 권리였다. 그 후 영국은 10년이 지나서야 남성과 같은 21세 이상의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줬다.

세계에서 독립국으로 처음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한 나라는 뉴질랜드다. 1893년 뉴질랜드는 여성에게 선거할 권리를 줬다. 다음으로는 호주가 1902년에 참정권을 도입했다. 유럽에서는 북유럽 국가들이 앞장섰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 최초로 보통 선거를 실시하면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이어 노르웨이가 1913년, 덴마크가 1915년 여성 참정권을 보장했다.

캐나다의 여성 참정권은 1918년,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1919년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

이후 미얀마(1922년), 에콰도르(1929년), 남아프리카공화국(1930년), 태국ㆍ우루과이(1932년), 쿠바(1934년), 필리핀(1937년)에서 여성 참정권이 허락되었다.

일본은 패전국이 된 1945년, 북한과 중국은 이듬해인 1946년, 한국은 1948년, 뒤이어 인도가 1949년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었다.

세계적 기세에 몰린 중동 국가도 1990년 이후 연이어 여성에게 참정권을 줬다.

카타르(1999년), 오만(2003년), 쿠웨이트(2005년), 아랍에미리트(2006년)가 여성에게 선거권을 주었으며 지난 2015년 사우디 아라비아도 여성 참정권을 도입한 중동 국가에 뒤늦게 편입했다.

2008년 부탄도 보통 선거를 치르며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 이제 전 세계에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바티칸' 단 하나만 남았다. 로마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통치하는 바티칸은 교황청 내 성직자와 봉사자 등 2013년 기준 839명의 국민을 둔 국가다.

그러나 이들에겐 투표권이 없다. 교황은 임명이 아닌 투표를 통해 선출되지만 투표권은 바티칸 주민이 아니라 전 세계의 추기경에게 있기 때문이다. 로마 가톨릭은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하지 않아 바티칸 여성에겐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다.


유이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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