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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박사의 '몸&맘'] '마술 같은 치유'란 없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암 세포가 폐와 간으로 전이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76세 노모를 위해 딸인 A씨는 비법을 찾기 시작했다. 명의로 알려진 담당 의사가 노모의 여생이 6개월 이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A씨는 그때부터 인터넷 사이트와 아는 사람을 통해 마법의 생명수(?)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찾다보니 의외로 '나는, 혹은 누구누구는 이런 식으로 암을 극복했다'는 각종 사연과 민간요법은 많았다. 그녀는 각종 정보를 모아 엊그제 나를 찾아왔다. 자신이 수집한 비법(?) 중 가장 그럴듯한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서였다. 최후의 심판관(?)으로 나를 지목한 이유는 "많은 정보를 다루는 기자가 진위를 파악하는 데 적합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A씨는 매사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지성인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잃어야 한다는 안타까움으로 인해 가장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현대의학이 항복한 불치병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풍문 처방에 의존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물론 모든 노력은 헛되게 마련이다. 그래도 이런 상황은 주체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반복된다. 왜 그럴까?

우선 인간은 누구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면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설사 기대했던 기적이 안 일어나더라도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위로감은 생긴다. 엉터리 비법도 순기능 역할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 가치는 있는 걸까. 물론 아니다. 잃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손실은 삶을 정리해야 할 귀중한 순간을 헛된 비방을 받느라 소모해 버린다는 사실이다. 또 비방을 전파한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은 환자의 고통을 배가하는 것은 물론 짧은 여생마저 단축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경제적 손실도 문제다. 헛된 풍문 처방중엔 환자·보호자의 심약한 심리를 볼모로 돈을 벌겠다는 고약한 상술이 연관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씨 어머니같은 환자에겐 병세를 하루 빨리 알려줘 남은 시간 동안 가족·친지와 함께 사랑을 확인하면서 인생을 회고하고 정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실을 호도하는 건강 미신은 불치병 환자 주변에만 창궐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명의와 상담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거나 "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하자" 는 식의 답답한(?) 해결책만 제시하는 고질병 환자·보호자 주변을 호시탐탐 맴돌며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실제 롱다리 선호 붐을 타고 자녀의 키를 10㎝씩 키워준다는 각종 약이나 기구, 만성병을 고친다는 획기적인 치료법, 휜 다리·O형다리·척추 이상처럼 뼈의 이상을 손쉽게 교정한다는 비법 등은 어디서나 흔히 접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명의가 해결하지 못하는 병을 기적처럼 고쳐주는 약이나 시술이 있다면 개발자는 이미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을 것이다. 일례로 타고난 최종 신장보다 단 5㎝만이라도 확실하게 더 키워주는 약이나 비법은 아직 없다.

힘들고 답답하더라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명의의 조언을 인정하고 독버섯처럼 파고드는 건강 미신을 퇴치하는 길이야말로 난치병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한국 중앙일보 의학전문 기자 출신인 황세희 박사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 예방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황세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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