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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1000달러로 생존을 고민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7/11/28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7/11/27 20:28

연말기획:한인사회 소외된 노년의 삶(4)
'빈곤'에 갇힌 우리 어르신들
60%가 웰페어 및 노인아파트

27일 할아버지가 LA한인타운에 있는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김상진 기자

27일 할아버지가 LA한인타운에 있는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김상진 기자

한인 시니어(65세 이상) 10명 중 6명은 한 달에 1000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 달 1000달러 미만으로 노인아파트나 하숙집 렌트비를 내고 식비를 해결하고 있다. 본지는 LA한인타운 시니어 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소득 1000달러

한인 시니어 94명(65세 이상 91명)의 월 소득은 가벼웠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LA에서 살고 있지만 10명 중 6.4명은 월 소득이 1000달러 미만(54명)이라고 답했다. 월 소득 1000~2000달러로 답한 시니어는 16명(19%)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월 소득 2000달러 이상은 10명 중 1.6명에 그쳤다. 극소수만이 상대적으로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월 소득 2000~3000달러는 3명, 3000~4000달러 6명, 4000달러 이상 5명으로 집계됐다.

한인 시니어 소득 원천으로 정부 보조금(웰페어, 소셜시큐리티 포함)을 꼽은 비율은 10명 중 6.3명이나 됐다. 한인 시니어 응답자 85명 중 32명(38%)은 웰페어가 수입원이라고 답했다. 소셜시큐리티를 포함한 정부 보조금 수혜자는 21명(25%)이었다.

본인 스스로 경제활동을 벌이는 시니어는 12명(14%)에 그쳤다. 배우자에게 의지하는 시니어는 12명(14%), 자녀가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는 시니어는 8명(9.5%)으로 각각 나타났다.

10%는 하숙집 기거

한인 시니어가 생활을 영유하기 위해서는 노인아파트가 필수였다. 현재 거주지를 묻는 말에 10명 중 3.6명(30명)은 노인아파트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84명 중 23명(27%)은 각각 일반아파트와 자가주택에 산다고 답했다. 노인아파트나 자가주택도 없이 하숙집을 전전하는 시니어도 8명(9.5%)이나 됐다.

반면 한인 시니어 70%는 시 정부 보조가 가능한 '섹션8' 정보에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올해 하반기 LA시가 섹션8을 재개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응답자 중 섹션8 혜택을 받는 노인은 29%에 그쳤다.

한인 시니어가 부담하는 렌트비는 월 300달러 미만 24명, 300~500달러 14명, 500~700달러 9명, 700~900달러 15명, 900달러 이상 27명으로 집계됐다.

빈곤이 최대 고민

한인 시니어가 체감하는 빈곤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가장 큰 고민을 묻는 말에 응답자 63명 중 27명(43%)은 '경제문제'를 호소했다. 매달 1000달러 미만의 정부 보조금만으로 연명하는 시니어가 10명 중 6명이나 되다 보니 늘 생계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경제문제에 이어 주거문제(17명, 30%)가 두 번째 가장 큰 고민으로 꼽힌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생계문제와 달리 가족문제는 9명, 인간관계(따돌림 등) 6명, 연애문제 2명이었다. 한편 설문조사에 응한 94명 중 31명이 현재 가장 큰 고민을 밝히지 않았다. 한 응답자의 "그걸 다 적어 뭐해"라는 말로 비추어 각종 마음의 아픔으로 추정된다.

결식과 병원행

건강관리에 대체로 신경 쓰는 모습이다. 매주 끼니를 거르는 횟수를 묻는 말에 93명은 0.75회라고 답했다. 94명은 매달 병원을 방문하는 평균 횟수로 1회라고 답했다. 일부 시니어가 메디케어·메디캘을 남용한다는 지적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죽음 준비 '무덤덤'

응답자 94명 중 75세 이상 고령자는 53명이나 됐다. 하지만 한인 시니어는 다가올 죽음에는 무덤덤한 모습이다.

전체 응답자 77명 중 41명(53%)은 자신의 장례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가족에 의존한다는 시니어는 21명(27%), 스스로 상조회나 상조보험에 가입한 시니어는 13명(17%), 친구나 지인에 의존하는 이는 2명 순으로 집계됐다.

한인 시니어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을 묻는 주관식 말에 "천국이나 주님 곁으로 간다" 등 종교적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누구에게나 오는 일" "새로운 자유" "아픈 죽음은 싫다"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아야"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

만남·교류

응답자 중 가족과 연락하는 횟수는 주 2.8회, 직접 만나는 횟수는 주 1.6회로 집계됐다. 친구와 연락하는 횟수는 주 2.1회, 만남은 1.8회로 나타났다. 이웃과 연락하고 만나는 횟수도 각각 주 0.9회라고 답했다.

사회참여는 종교단체가 84명 중 42명(50%)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노인회 27명(32%), 사교단체 8명(10%), 동호회 4명(5%), 양로보건센터 3명(4%) 순이었다.

한인 시니어의 주된 여가생활은 TV시청 및 라디오 청취 42명(47%)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독서 16명(18%), 등산 및 산책 13명(14%), 사교활동 13명(14%), 여행 6명(7%) 순이었다.

김형재·정인아 기자

'떠도는' 어르신들 "편히 발 뻗을 곳이 없다"

노인아파트 대기 '10년 이상'
뒷돈 쥐여주고도 사기 당해
하숙집 전전 '고독사'로 몰려


입을 것(의)과 먹을 것(식)은 그래도 낫다. 살 곳(주)이 마땅치 않다.

떠도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렴한 비용의 노인아파트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입주하기까지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입주 순서를 앞당기기 위한 뒷돈도 암암리에 오가고 있어 가난한 노인들은 사실상 입주를 포기해야 한다. 갈 곳 없는 홀로 어르신들은 하숙집을 전전하며 빠듯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단칸방에서 홀로 쓸쓸히 죽는 것이 가장 두렵다."

노인아파트는 '하늘의 별따기'

LA다운타운에 거주하는 60대 한모씨는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지인이 자신과 함께 매니저를 찾아가면 입주 대기 순서를 앞당길 수 있다고 해 소개비로 1300달러를 건넸다. 지인이 아파트 매니저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자신하기에 덜컥 소개비를 낸 것이다. 그러나 지인의 말은 거짓이었다. 결국 한씨는 대기자 명단 맨 끝에 이름을 올렸다. 지인에게 항의했지만 '소개를 해달라기에 해줬을 뿐'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억울하지만 불법적으로 돈을 줬고, 또 현금으로 지불해 증거가 없어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 쉬었다.

노인아파트 입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뒷돈을 주면 순서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노인사회에 만연돼 있다.

'도네이션'으로 불리는 뒷돈거래가 성행하자 기존 거주자들에게도 소개비를 쥐여 주면서 매니저를 설득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노인들은 물론 중간 브로커 역할을 자청하는 거주자마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주하려는 통에 헛소문이 돌기도 했다. 70대 김씨는 "최근 같은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돌아 주변으로부터 '빈 집이 생겼으니 매니저를 소개해 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면서 "워낙 대기자 수가 많다 보니 헛소문이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LA한인타운의 경우, 노인아파트에 입주하기까지 보통 10년은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 노인아파트' 매니저 A씨는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노인 수가 1000명을 넘어선 반면 한 해에 2~3세대가 비워지기 때문에 대기순서가 뒤쪽에 있는 노인의 경우 사실상 입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인타운 내 노인아파트 두 군데를 운영하고 있는 민족학교에 따르면 작년 7월 67개의 유닛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총 4120명이 신청했다. 이곳 또한 1년에 많으면 3세대 정도가 비워지는 상황이었다. 대부분 한 번 입주하면 평생 거주하기 때문에 대기자 수에 비해 비워지는 방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황혼에 하숙집 전전

지난달 하숙집에 홀로 살던 최동섭(80대·가명)할아버지는 자신의 방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심한 당뇨를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정부보조 간병인이 방문하기도 했지만 죽음을 맞이할 땐 혼자였다. 하숙집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할아버지 방에 있는 수첩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해 딸과 이혼한 아내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렸다. 다행히 연락이 닿아 장례절차를 마칠 수 있었지만 텅 빈 방안에서 웅크린 채 숨을 거둔 할아버지의 마지막은 외로웠다.

10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슬하에 자식도 없는 70대 박모씨도 하숙집에 거주하고 있다.

운 좋게 아침과 저녁식사를 챙겨주는 하숙집에 들어왔지만 내 집이 아니기에 눈칫밥을 먹고 산다. 혹시나 집주인과 갈등이 생기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마다 조심스럽다. 화장실도 다른 세입자와 함께 써야 해서 마음 놓고 이용하기 어렵다. 유일한 수입원인 정부 보조금의 절반 이상을 렌트비로 내고 나면 나머지는 병원비와 약값으로 쓰기에 한끼 외식은 꿈도 꾸기 어렵다. 젊었을 적 그렸던 노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숨이 막힌다.

노인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어르신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치솟는 렌트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값싼 하숙집으로 옮겨다니며 지낸다.

민족학교 팀 리는 "노인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분들은 보통 600~700달러 정도의 렌트비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웰페어가 혼자일 경우, 월 900달러가 조금 안되기 때문에 렌트비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족학교에 렌트비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는 노인들의 전화만 하루에 30통이 넘게 걸려온다"면서 "고령화로 인해 노인 수는 점점 증가하면서 앞으로는 하숙집을 전전하는 노인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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