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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아트쇼에 만화 보러 오게 한 작가 김정기

라이브드로잉 대가 김정기

11일 오후 2시. 김정기 만화가의 라이브 드로잉 쇼가 시작되자 관람객들이 주위를 에워쌌다. 그 중에는 김 작가를 보기 위해 LA아트쇼를 찾은 팬들도 적지 않다.

엄마 손을 잡고 온 다이앤 박(10세.패서디나)양은 김정기 만화가의 빅팬이라면서 수줍게 자신의 스케치 노트를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다. CSUN에서 아트를 전공하고 있는 제니퍼 론씨도 김정기 작가를 만나기 위해 아트쇼를 찾았다. 제니퍼씨는 "유튜브를 통해 김 작가를 알게 됐고 그의 라이브 드로잉을 보면서 프리스타일 드로잉을 연습하고 있다. 그의 라이브 드로잉은 수준이 다르다"며 "그의 라이브 드로잉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드로잉이 시작됐다. 그의 붓은 섬세하지만 거침이 없다. 수많은 관람객이 그의 붓끝만을 응시하고 있으니 긴장했을 만도 한데 그의 붓끝은 떨림이 없이 2미터 길이의 캔버스를 채워나간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LA아트쇼에는 '만화 평창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김정기 만화가의 라이브 드로잉 쇼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쇼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기획했다. 마지막 라이브 드로잉 쇼는 13일(오늘)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다.



만화가 김정기씨는 라이브 드로잉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는 있는 작가다. 한국은 물론 미국.중국.러시아.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쳐 왔고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그의 원화가 1200만 원(1만1200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청화대 초청 '문재인 정부 214일'라는 주제로 라이브 드로잉을 했다.

11일 LA아트쇼에서 김정기 작가를 만나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LA 전시는 처음인가.

"LA아트쇼는 처음이다. 하지만 LA에는 일 년에 세 번 정도는 오는 것 같다. 베이스가 만화이다 보니 코믹콘 등의 만화 관련 행사 참석을 위해 자주 오는 편이다."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보여줄 건가.

"이번 라이브 드로잉 쇼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기원을 위해 기획된 것이어서 올림픽이 그 주제다."

-항상 주제가 미리 정해지나.

"아니다. 이번처럼 주제가 미리 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당일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요?'라고 물어보고 즉석 해서 주제를 정하기도 한다."

-라이브 드로잉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정말 우연하게 시작했다.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부스를 하나 얻었다. 보통 액자에 작품을 넣어 꾸미는데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수퍼애니'의 김현진 대표가 그냥 3일간의 행사 내내 부스에서 그림만 그리라고 하더라. 그래서 종이를 붙이고 그림만 그렸다. 당시 작업하는 과정을 촬영해서 장난삼아 유튜브에 올렸는데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컸다. 그때부터 프랑스 중국 독일 등 전세계서 라이브 드로잉을 해달라는 초청이 들어왔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가수도 라이브로 노래 할 때는 떨려 한다. 라이브 드로잉을 할 때 어떤가.

"지금까지 한 번도 떨려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워낙 사람들 앞에서 그림을 많이 그려서 익숙해져 있어서일 것이다. 그리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겁이 없다."

-언제부터 그림을 잘 그렸나.

"여섯 살 때에도 그림을 입체로 그렸다. 어릴 적부터 그림은 잘 그렸고 꿈은 만화가였다. 하지만 연습도 정말 많이 한다."

-얼마나 많이 그리나.

"정말 주구장창 많이 그린다. 만약 라이브 드로잉 쇼를 하다가 10분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또 다른 것을 그린다. 휴식하는 그림은 따로 있다. 평소 다닐 때도 연습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림일기를 쓰듯 낙서를 하듯 그린다."

-그림이 상당히 디테일하다. 어떻게 즉석 해서 그렇게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가.

"많은 이미지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포토그래픽 메모리가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평소에 인체나 사물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냥 하나의 사물을 단편적으로 기억하면 금방 잊어버리지만 이해하면 그 기억이 오래간다. 그리고 사람이나 사물을 관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서양화를 전공했다. 순수미술을 포기하고 만화 쪽으로 전향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전혀 아니다. 원래 하고 싶은 것은 만화였다. 단지 당시 대학에 만화과가 없었기 때문에 서양화를 전공했을 뿐이다. 그리고 빨리 만화를 하고 싶어서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만화는 아직도 아트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는 못한다.

"맞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런 시각이 더더욱 강하다. 만화에 대한 전시도 별로 없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다르다.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만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이제 더 이상 수집할 할 수 있는 고전이 없다. 드가나 고흐의 작품은 가격이 천정부지이니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컬렉터들이 만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제는 소더비 등 유명 경매에서도 만화 원화가 팔린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한국은 항상 문화가 너무 편중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만화판을 보면 웹툰에 무게추가 쏠려 있다. 반대로 출판 만화는 죽어있다. 그래서 후배들과 동료작가들이 나 같이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다른 길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사실 한국서는 원화(만화)를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을 못하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 나의 경우 해외시장에서 많이 팔고 있다. 그러니 마켓이 없다고 자기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 어딘가에는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지금은 아프리카의 꼬마가 그린 그림을 여기서 바로 볼 수 있지 않나. 시장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정말 넓어졌다. 꾸준히 자기만의 스타일로 작업하고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체계가 잡혀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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