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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때론 침묵, 때론 격정, 때론 진솔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기술: 연설

대중의 마음을 읽는 연습 중요
청중에게 힘과 친화력을 표현

연설을 하나의 대화로 만들라
전체가 아닌 핵심을 기억하라

언어는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세계를 바꾸는 일이다. 최근 한국인의 연설이 화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15만 주민을 상대로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9·19 능라도 연설과 세계적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9·24 유엔 총회 연설. 맹자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눈동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숨기겠는가"라고 했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연설을 할 때가 있다. 남의 연설을 들을 때는 '뭐, 저 정도야' 하지만, 막상 본인이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하려면 눈앞이 캄캄하다. 마음을 뒤흔든 세계적 연설을 살펴본다.

버락 오바마 (1961~)

오바마는 힘주지 않은 일상 언어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나'보다 '우리'를 강조하며 단결을 이끌어낸다. 그의 연설은 한 곡의 교향곡 같다. "오바마의 연설을 텍스트로 읽어보라. 그 감동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라고 보스턴 대학 정치학과 버지니아 사피로 교수는 말한다. 연설 작성자 필립 콜린스는 오바마의 연설을 두고 "가사보다는 선율이 좋다"고 했다. 언어적 내용보다는 전달하는 방식에 특별함이 있다는 표현이다.

오바마의 연설이 음악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게네랄파우제(Generalpause)'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합주곡이나 합창곡에서 돌연히 악곡의 흐름이 멈추고, 모든 악기가 일제히 쉬는 것을 말한다. 그는 2011년 1월 12일 애리조나 총기사고에서 연설 도중 갑작스럽게 51초간 침묵했다. 잠깐 동안 놀란 대중은 이내 슬픔, 고통, 연민, 책임감 등의 감정으로 바뀌었다. 청중은 숨조차 맘대로 쉬기 힘든 격렬한 통제를 당한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그는 전 국민과 마음을 나눴다. 재임 이후 최고의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오바마는 쉼표로서 연설의 집중도를 더 높이고, 이어지는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고, 청중이 말하는 자의 감정을 느끼며 참여할 수 있도록 호흡을 이끈다. 대뜸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2015년 6월 17일 사우스개롤라이나 찰스턴 교회에서 총격 사건으로 흑인 아홉 명이 사망했을 때, 오바마는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하던 중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불렀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창에 참석자들은 기립해 다 함께 노래를 불렀다. 정치 평론가들은 CNN을 통해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것은 한 편의 서사시"라고 평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1809~1865)

"87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자유 속에 잉태된 나라,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다는 믿음에 바쳐진 새 나라를 이 대륙에 낳았습니다. (중략) 살아남은 우리들은 이곳에서 싸운 이들이 오랫동안 고결하게 추진해 온, 끝나지 않은 일에 헌신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신의 가호 아래 이 땅에 새로운 자유가 탄생할 것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구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해야 합니다." 남북전쟁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위로하는 내용의 이 연설은 파격적으로 짧았다. 링컨은 270여 개 단어로 구성된 연설문을 2~3분 만에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역사는 링컨을 기억했다. '간결함'과 '울림'이 비결이었다. 링컨은 4개월 동안 연설문을 다듬었다고 전해진다. 문장의 군더더기를 빼 리듬감을 살리고, '평등' '자유' 등의 가치는 직설적으로 드러내 메시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데일 카네기는 이 연설을 두고 "평생의 고난을 통해 위대해진 훌륭한 정신에서 나온 무의식의 서사시"라고 평했다.

게티즈버그 연설이 그저 잘 다듬은 연설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까닭은 링컨의 인간성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후세는 평한다. 지독한 가난을 딛고 정치인으로 성공해 노예 해방에 몸바친 인간애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는 얘기다.

노무현(1946~2009)

노무현은 2002년 4월, 당내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장인의 좌익경력이 공격받자 감성적이고 격정적인 연설을 했다.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이런 아내는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그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여러분,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서 심판해주십시오. 여러분이 이 자리에서 이 아내를 계속 사랑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자격이 없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 두겠습니다."

당시 연좌제성 공격은 부당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노무현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노무현은 이전 몇 차례 선거에서 낙선하며 '바보 노무현'으로 불렸지만 그가 쏘아 댄 연설은 듣는 이의 가슴을 두드렸다.

"사람은 자기가 설 자리에 서야 합니다. 남자는 죽을 자리라도 가야 할 땐 가야 합니다" "결코 굽히지 않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살아있는 영혼이,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이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증거를 여러분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조셉 추장(1840~1904)

오리건주에 거주하던 인디언 네즈퍼스족의 마지막 추장으로 사실상 항복 연설이다. "나는 이제 지쳤습니다. 나의 족장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노인들도 다 죽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말하는 건 젊은이들인데, 그들도 모두 죽었습니다. 밖은 춥고 덮을 이불이 없어 어린 생명들이 죽어갑니다. 나는 그 어린 것들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지만 얼마나 많이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을 죽음 속에서 찾게 될 겁니다. 지배자들이여! 나는 너무 지쳤습니다. 내 심장은 아프고 슬픕니다. 지금 태양이 떠 있는 이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싸우지 않겠습니다."

1870년경 네즈퍼스족은 금광을 찾는 백인 개척자들의 공격을 받는다. 우두머리 조셉 추장은 결국 부족민을 끌고 캐나다 국경지대로 이동한다. 이들은 국경을 40마일 정도 남긴 몬태나주의 베어포산에서 미국 기병대에 포위된다. 이때 조셉 추장은 한 편의 시와 같은 항복 연설을 하게 된다. 그의 연설문은 골드러시 시절 인디언의 피와 눈물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여겨진다. 조셉 추장의 연설은 담백하고 진솔하다. 항복을 결심한 리더지만 비굴해 보이지 않는다. 부족민의 생명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은 용기와 절실함이 읽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존심을 내세워 무리한 선택을 하다가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 경우와 대비되는 면모다.

마틴 루터 킹(1929~1968)

1963년 8월 28일 여름 오후는 길었고, 링컨기념관 앞에 모인 지친 대중에겐 수사학적 아드레날린이 필요했다. 킹은 전날 밤 늦게까지 동료들과 함께 작성한 연설문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많은 손들이, 들어가야 할 말과 강조해야 할 문구를 추가하고 삭제하기를 반복한 연설문이었다. 이때 가스펠 가수 마해리아 잭슨이 "저들에게 꿈에 대해 말해주세요, 마틴." 킹 목사는 이 말을 듣고 곧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말한 후부터는 사전 준비한 원고를 돌아보지 않았다. 킹 목사는 단절된 듯, 이어지는 듯 한 같은 문장((I have a dream)을 반복하며 자신이 꿈꾸는 미국의 모습을 사자후로 쏟아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솟아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옛 노예의 후손들과 옛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수전 앤서니(1820~1906)

"난 지난 대통령 선거에 자격 없이 선거에 참여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오늘밤 이곳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오늘밤 내 임무는 내가 행한 투표란 행위가 범죄가 아니며 미국 시민으로서 그 어떤 종류의 권력도 거부할 수 없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1873년 수전 앤서니는 여성이 투표한 죄로 재판정에 섰다. 앤서니는 이날 헌법에 명시된 '피플', 즉 국민이 '백인 남성'이 아님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우리'(we)와 '사람'(people)의 반복적 사용을 통해 미국을 세운 '우리'가 누구인지를 증명해 나간다.

결론은 "여성은 사람인가"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여성은 사람이 아니다"고 답변하기 어려운 만큼, 여성=사람=시민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시민의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법적인 권리 행사임을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여성 투표권 제한은 헌법에 위배되고 나아가 흑인의 투표권이 있다고 설파한다. 이 연설 후 앤서니는 1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그는 벌금 납부를 거부했다. 1919년 미국은 투표권을 여성에게 확대하는 헌법 수정조항 19조를 통과시켰다. 이 조항은 '수전 앤서니 조항'으로도 불린다.

스티브 잡스(1955~2011)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한다. 그가 1년 전쯤 췌장암 선고를 받고 증세가 완화됐을 때다. "제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매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당신의 생각이 맞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저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하곤 했습니다.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을 하고 싶을 것인가?' 몇 날 며칠 계속해서 '아니오'라는 답이 나오면, 저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타인의 사고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 독단전 견해(dogma)에 빠지지 마십시오. 타인의 목소리가 여러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잠재우도록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가슴과 직관에 따르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가슴과 직관은 여러분이 진정으로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반어적 단어(Hungry, Foolish)로 강렬하게 끝맺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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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의 등급

연설은 세 가지 단계와 등급이 있다. 첫 번째 로고스(Logos)의 수사학적 단계다. 로고스는 이성을 뜻한다. 명확한 논리를 구사하면서 대중을 합리성에 근거해 설득하는 방식이다. 정확한 문법, 적절한 비유, 촌철살인의 위트, 효과적인 고전 인용을 통해 연설자는 대중에게 자신의 뜻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로고스 위에 에토스(Ethos) 덕목을 더하는 것이다. 에토스적 연설, 즉 감동을 주는 열정적 연설이라 할 수 있다. 에토스는 청중을 감동시키는 열정적인 태도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세 번째 단계는 파토스(Pathos)적 연설이다. 파토스적이란 '고난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민중이 느끼는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방식이다. 연설자는 대중의 아픔과 고통을 직접 경험해보아야 하고, 이런 경험의 공유를 통해 사람들은 연설자의 메시지와 자신의 뜻을 동일시하게 된다.

연설 잘하는 방법

대중의 마음을 읽는 연습을 하라

완전히 집중을 하지 않고 있다면, 눈이 방황을 한다거나 얼굴의 반응이 잠시 지연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인드가 얼굴 표정을 읽는 데는 0.0017초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연설가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지체될 경우 바로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눈앞에 보이는 '두려움'과 많이 상대를 해야 한다.

청중에게 힘과 친화력을 표현하라

사람들은 종종 말하는 사람의 용모,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무엇보다 그 사람의 '몸짓 언어'에서 힘의 단서를 발견한다. 힘과 친화력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굉장히 깊게 연관돼 있다. 사람들은 지능이라던지 친절함 보다는 힘과 친화력에 대한 자질에 더 반응을 한다. 친화력은 대게 몸짓 언어와 행동을 통해서 평가받으며 힘은 차려입는 의상, 자신감 있는 자세를 통해서 표현된다. 자세는 그 사람이 무언가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추측하게 하는데, 이 두 자질을 보여준다면 어떤 것을 기획하든 사람들은 믿고 따를 것이다.

연설을 하나의 대화로 만들어라

친구에게 어떤 주제에 관해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있게 의논할 수 있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게 된다. 하지만 뭔가 틀을 정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면, 오히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중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연설 전체 아닌 그 핵심을 기억하라

보통 어떤 연관에 의해서 빠르게 정보를 얻게 되는데, 간단한 말들을 통해서 복잡한 정보를 더 쉽게 다룰 수 있다. 연설의 내용을 한자 한자 일일이 기억하기보다는, 연설에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 리스트'를 작성하라.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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