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현일의 세상 보기] 어느 목사님의 아름다운 퇴장을 보며

사욕·아집으로 안팎싸움 잦은 교회들
구심점커녕 분열 촉매제 돼선 안 돼

영성 회복 노력 행동으로 보여줄 때
진정한 교민 안식처로 다시 태어나야



오늘날 보통 한국인이 누리는 윤택한 삶과 자유·민주의 상당 부분은 기독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신적 자양이 돼 이른바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말입니다.

이런 시각에 불교인들은 심기가 불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20%를 상회하는 불교도들을 폄하하는 무분별한 작태라고 힐난하실 수 있습니다만 국교가 기독교인 국가 보다 더 기독교적인 게 현재 한국사회라는 사실은 부인키 어려울 겁니다. 새로운 문물에 쉽게 물드는 민족성 때문인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기독교 중심 정책 탓인지 기독교는 짧은 시간 내 한국 종교의 중심에 섰습니다. 20%를 넘는 개신교도와 7% 안팎의 가톨릭 신자를 합해 30%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한 수치 그 이상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엔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들이 기독교 중심 사회라는 점도 직.간접으로 관계가 있을 겁니다.

한국사회 발전을 견인해온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몸집도 놀라울 만큼 키웠습니다. 수십만의 신도를 포용하는 교회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덩치가 제일 큰 교회들은 서울에 밀집해 있습니다. 현세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기복(祈福) 설교가 먹혀 들었다는 등의 비판론이 있습니다만 이 자리에선 논외로 하지요. 하지만 이 대목은 분명히 해야 할 겁니다. 지금까진 세금도 안 내면서 막대한 헌금 수익을 올렸고 그런 과정에서 수 천 억짜리 교회 빌딩을 보유한 교회들도 생겨났습니다. 준(準)재벌급 교회들은 숱합니다. 덩달아 예수를 팔아 엄청난 부를 축적한 소위 이단 교회도 상당수 똬리를 틀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적 비극이 깃들어 있습니다. 주체하기 힘들만큼 재물을 끌어 모은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행태는 그 방증입니다. 황금 방석인 담임 목사 자리를 아들.사위에게 대물림 하기 위한 장난질은 잘 아실 겁니다. 넘친 돈으로 호사를 부리다 못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곁눈질을 해온 목사님들의 소식도 심심치 않습니다. 외도 중 얻은 남편의 거시기 병까지 덤터기로 떠안은 사모가 일갈하시는 통화 내용이 정보기관에 감청돼 코가 꿴 어느 초대형 교회 목사님의 해프닝은 고위 인사들에게 도.감청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었지요. 미투(ME TOO) 불길 속에 터져 나온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추문에 밤잠 편히 못 드시는 목사님들도 상당할 겁니다. 13만 신도를 거느린 이 목사가 성폭행은 안 했다고 주장하니까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겠습니다만… 사실 여러 교회 주변에 퍼진 교직자와 여신도간의 음습한 '춘사(春事)'들은 '뜻 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라는 의미의 춘사(椿事)가 아니라 일어나게 돼있던 항다반사 사건일 따름입니다. 사명감으로 목회에 전념하는 다수를 멍들게 만드는 이런저런 스캔들은 '뉘'때문이겠으나 문제는 이 같은 '뉘'가 흔하다는 데 있습니다. 한 때 예비고사(현재의 수능시험)에 떨어진 사람이 간판 따는 방편으로 신학교에 진학하기도 했는데 여하튼 순전한 호구지책으로 이 길을 택한 이가 적지 않은 것도 주요 이유일 겁니다. 그래서 성직(聖職)을 '성직(性職)'으로 착각하는 이도 생기고… 가짜 신학박사를 포함한 경력 위조쯤은 차라리 애교지요.



이런 딱한 상황을 '영적(靈的) 성장이 외형 성장을 따르지 못해서'라고 나무랍니다. 그러나 이는 완곡한 표현일 뿐,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패악은 도를 지나친 정도가 아닙니다. 마틴 루터 종교개혁 600년을 맞은 지난해 한 신학자가 '한국 교계야말로 종교개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일갈했고, 많은 호응을 얻은 게 우연이 아닐 겁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교황청이 천국행 티켓 면죄부를 팔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지만 실은 적잖은 중세 교황들의 호화방탕이 누적된 게 면죄부를 계기로 폭발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주변 귀족부인들 겁탈.화간을 넘어 근친상간.남색 등등 흉악무도는 상상을 불허합니다.

서울의 기독교처럼 북미주 한인 교회도 한인사회가 뿌리를 내리게 만든 1등 공신입니다.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디딘 이민자에게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캘리포니아의 1300여 개 교회를 비롯, 뉴욕 450개·뉴저지 260개 등 4200여 개로 늘어난 북미주 교회는 정신적 안식처일 뿐 아니라 일자리 마련과 사업 확장 등 삶의 길잡이입니다. 이제 이민자 수가 줄고 미주에서 출생한 2세들이 미국교회로 발길을 돌리는 등으로 거듭돼온 증가세가 꺾이기는 했으나 170만 한인커뮤니티의 중추로서 역할은 지속될 겁니다. 크고 작은 여러 교회 목회자들의 헌신적 노고를 듣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교회가 없었다면 내가 이민생활을 어찌 했을지 아찔하다"는 교민들의 회고담은 널려 있습니다.

그런 상찬 받을 한인 교회가 언제부터인지 검게 얼룩지고 있습니다. 본국에서 전염됐는지 못된 흑(黑)역사가 고스란히 재연되는 양상입니다. 담임목사 대물림에 비자 장사, 엉터리 학위 수여, 교회 내 분열과 패싸움이 예사로 벌어집니다. 성 추문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신실한 다수 교직자들에게까지 흙탕물이 튈까 해 전모 공개를 삼갔던 일화 하나를 소개해 드리죠. 뉴욕 한 대형 교회의 '존경 받는, 아주 유명한' 목사께서 성가대원과 밀회 도중 덜미가 잡혔습니다. 사모를 대신해 교회 일을 도맡아 온 집사 겸 내연의 여인이 현장을 덮친 겁니다. 현장은 교회가 운영하던 기도원이고요. 시앗이 다른 시앗 꼴은 못 본다고, 세컨드(Second)가 서드(Third)의 낌새를 눈치 채고 추적에 나선 결과입니다. 원체 요란한 시앗싸움이었기에 친목사파 장로들이 덮어보려고 했지만 금방 교회 전체에 알려졌습니다. 사안이 원체 고약했으니까요. 장본인인 이 아무개 목사는 거액의 위로금에 더한 퇴직금을 받고 교회를 떠났습니다. 입만 열면 사랑을 역설했는데 한참 빗나간 사랑을 했나 봅니다. 밀려나기 전 장로들과 교인들은 '교회를 부흥시킨 공을 감안해 없던 일로 하자, 안 된다'로 의견이 엇갈려 교회는 이래저래 쑥밭이 됐습니다. 당시 난상토론의 백미는 어느 여신도의 '목사님도 남자인데… 꼬리친 여우가 더 나빠'였지요. 서울의 또 다른 소실(小室)과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밝혀진 겁니다. 지금은 그 교회를 떠난 W장로는 '비공식 확인'한 여자가 6명이라며 배신감에 치를 떱니다. 교세가 급성장하던 그 교회가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처럼 극적인 사건은 아닐지라도 꼽자면 한이 없고, 자칫 훌륭한 교직자들에게 누를 끼칠까 저어 돼 예서 접어둘까 합니다. 다만 이 한 가지만 추가하지요. 교회가 중앙에 서는 안팎 싸움 말입니다. 교민사회 구심점이 돼야 할 교회가 그 알량한 헤게모니와 돈 때문에 분열의 촉매제가 돼선 곤란합니다. 교회 내부의 집안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인이 2백 명에 이르면 경고음이 울린다던데 이래선 안 됩니다. 목회자들이야 그렇다 치부하고 애꿎은 신도들의 가슴을 멍들게 해선 안 되지요. 집안싸움 성격상 오만가지가 다 까발려지면서 치부가 만천하에 알려지고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골육상쟁이 그렇듯이 깊은 감정의 골을 남기니까요. 어떤 이는 뉴욕.뉴저지 대소 교회를 통 털어 700개인데 목사 수가 그 두 배에 가까우니 자리다툼이 치열하다고 풀이하던데 대충 수긍이 갑니다. 그러나 이는 납득할 이유가 못 됩니다. 시정잡배들이 그런다면 몰라도-. 사욕에나 급급하고 아집에 빠져 있을 요량이면 아예 다른 길을 걸으셔야 마땅합니다.

지난 8일, 롱아일랜드에 자리한 아름다운교회 황인철 목사가 현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신도들에게 밝혔습니다. 황 목사는 하나님가 자신의 관계에서 이뤄진 결정일 뿐이라며, 비전과 열정으로 사명을 감당할 새 지도자가 세워져야 한다는 확신을 주었기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교회에서 청빙이 있어 사임하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14년 7개월간 사역하며 학생신도 600명을 포함, 3000명 신도의 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담임목사로서 공치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아름다운교회의 대다수 신도들은 그런 황 목사의 퇴장을 아쉬워하면서도 아름다운 퇴장이 새롭고 큰 출발이 서곡이 될 것을 기도하더군요.

기독교 관련을 감히 운위한 소이는 사실 황 목사의 아름다운 퇴장 때문이었습니다. 더 많은 목사님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교회와 교민사회 발전을 위해 항상 애쓰시는 여러 목사님들의 강녕하심을 기원합니다.


김현일 / 논설고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