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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잡초, 잡념 그리고

요즈음 우리 한인사회의 식탁에 풍요와 행복을 안겨주는 효자는 단연 텃밭이다. 상추는 벌써 한 물 갔고 지금은 자고 일어나면 오이가 한 뼘씩 자라 눈인사를 한다. 아삭이 고추도 한창 물이 올랐다. 항상 시간 없다는 핑계로 텃밭에 내려가 보지도 못하면서 위에서 내려다만 보아도 신비롭고 경이로움 그 자체다. 연로하신 시어머님은 항상 마음은 텃밭에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고, 나는 아예 텃밭에 눈길을 줄 시간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텃밭은 내 남편 차지가 되었다. 내 남편도 원래 농사에 무지하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유기농 야채를 직접 내 손으로 키워 먹는다는 기쁨이 고생을 능가하니 어쩌랴!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의 수확을 얻겠다는 경제이론이 텃밭에 적용될까 잘은 모르겠으나 "가꾼 만큼 거두어들인다"는 진리가 차라리 더 맞는 것 같다.

우연히 한번 내려다 본 텃밭! 텃밭인지 잡초 밭인지 누가 주인공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비가 한참 오지 않아 땅이 메말라 있는 상황에서도 잡초는 무섭게 올라오고 있고 야채는 시들시들 축 늘어져 있었다. 잡초는 생명력이 강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더 강인해진다. 잡초 못지않게 잡념은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되어 있다. 현대인들의 뇌 구조는 복잡하게 진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소비문화를 부추기는 모든 광고와 마케팅에 우리 뇌는 혹사당하고 혼돈에 빠진다.

한 예로 차를 한 대 산다고 하자. 우리는 차에 대한 어마어마한 정보에 압사당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선택을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모든 선택 가능성에 신경이 쓰인다. 내가 정말 선택을 잘 한 것인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의심하고 번복하게 된다. 최종결정을 하는 순간까지 우리 뇌는 무수한 잡념에 시달린다. 오죽하면 결정 장애라는 병명이 생겼을까. 어린이에게도 ADD (Attention Deficit Disorder)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전자게임기기, TV의 화면이 너무 빨리 바뀌어 집중장애 증후군을 앓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면 여러 가지 성인병을 유발하게 된다. '신경 끄기의 기술'(저자 마크 맨슨)이 2017년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선정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84년 생인 저자는 학창시절 마약문제로 퇴학을 당했으며 보스턴 대학을 졸업한 후 백수생활을 하게 된다. 많이 보고 듣고 배우기 위해 세계 50개국 이상의 나라를 여행한다. 많은 폭 넓은 경험을 한 후에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에 신경을 끄고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몰입한다. 무엇을 원하고 꿈꾸고 상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꿈을 이루기까지의 고통을 견디어 내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내용이다. 깊이 없는 폭 넓은 경험만 추구하는 삶을 거부할 때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84년생인 저자가 인문학적인 심오한 사색도 없이 많은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경험으로 "애 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하고 설파하는 데 거부감을 느꼈었다. 19살의 나이에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후 모든 게 달라졌다. 죽음은 인생의 의미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측정하게 해주는 빛이다. 죽음이 없다면 모든 기준과 가치가 무의미해진다. 그는 세계 최남단 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을 찾아 오른다. 벼랑 끝에 서서 죽음을 감지한다. 정신을 집중하고 생각을 비운다. 명상에 빠진다. 자신의 필멸을 삶과 조화시키는 겸허함을 깨닫는다."죽음에 대한 공포는 삶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한다. 삶을 충실히 사는 사람은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 "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죽음이 확실하기에 우리는 삶에 충실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텃밭의 잡초를 뽑아주듯 머릿속에 꽉 차있는 잡념도 뽑아 내주자 가끔씩!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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