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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요즘 한국 대부분의 공단들이 공동화 현상으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입주 공장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하나 둘 해외로 이전하면서 공장터는 물론 주변상권까지 폐허로 변해버린 것이다.

요즘 공단을 떠난 기업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얼마 전만해도 중국으로의 이전이 대세였는데 베트남이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해 여러 미끼와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상황이 변한 것이다. 인센티브로 그 나라는 처음 5년간은 세금면제라는 파격을 제시한다. 그리고 다음 5년은 세금을 일정수준 깎아주는 등 호객행위를 하다 보니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들어갔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진출 3년 만에 190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선물하면서 그 나라의 국제 수지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우리에겐 배 아픈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시류에 따라 사람도 돈도 흘러가지 않던가? 한국도 한때 일본이 죄악시했던 환경물품의 대체생산국이었다. 그것을 중국이 이어받았고 이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그 역할을 물려받고 있다. 머지 않아 그들조차 배불러 할 때가 곧 도래할 것이다.

4.27 이후 남북관계가 호전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곳이 개성공단이다. 정치적인 이유를 빼면 세계 어느 나라도 그 같은 호조건은 없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 산 넘어 이웃인데다 말이 통한다. 손재주야 남한을 능가하고 노조도 없고 인건비 또한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훨씬 싸다. 단지 인프라 같은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정치적인 변수가 상존함이 옥에 티일 뿐이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권 시절인 2000년 8월 22일 현대아산이 개성 도심외곽, DMZ 에서 서쪽으로 500m 지근 거리에 세운 북한경제특구 시험사업이다. 당초 계획은 2011년까지 총 2000만평의 부지에 800만평의 공단과 1200만평의 배후도시를 세워 북한근로자 70만 명을 고용하려 했다. 그러나 2003년 6월 30일, 1단계 100만평만 개발에 착수한 뒤 2007년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 갔고, 2016년 북한의 목침지뢰 도발이라는 변수에 걸려 13년의 짧은 수명을 살고 요절한 운명이다.

개성공단을 건설할 당시 이 지역에는 북한군 6사단과 62포병 여단이 서울 도심을 공격 목표로 주둔하고 있었으나 김정일의 지시로 10Km 이상 북쪽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전력이 그만큼 후퇴한데다 공단이라는 장애물을 적의 예상 접근로에 배치한 꼴이라 군사적으로 고양이 목에 스스로 방울을 달게 한 실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2010년 8월 1일 공단 북한근로자 1인당 근로수당은 월 60.775달러를 적용키로 하였으며 각종 야.특근 수당을 합해도 월 평균임금이 110달러(13만원)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4110원, 중국이 40.3% 수준인 165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 근로자 3~4일치 임금에 지나지 않는다. 공단 폐쇄 2년 전인 2014년 말 현재 125개 한국 기업이 가동 중이었고 북한 근로자 5만4947명이 공단 근로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특기할 점은 이들 근로자의 월 급여는 북한이 전액 가져가고 대신 당국이 주는 실 가격의 5% 수준인 생필품구매 쿠폰을 받으면서 한국 돈이 북한 핵 물질 개발에 전용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부르기도 했다.

아무튼 남북이 잘 나가면서 2006년 12월 국회는 개성공단에 이어 남포.해주.함흥.원산.신의주.나선 등 6곳에 개발핵심 거점을 조성하자는 '북한개발로드맵'이 상정되기도 하였고 2년 뒤인 2008년 11월에는 당시 여당 국회의원으로 할동하다 후에 MB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태희 등 92명의 서명으로 '통일경제특별구역 지정법률안'을 제출하기도 하였으나 국회 통과의 벽은 넘지는 못했다.

이제 북한 땅은 동남아 각국을 향해 생산기지를 옮겨가는 한국 기업들에게 마지막 남은 불루오션인 동시에 핵 위협 같은 변수로 인해 투자금을 일시에 날릴 수도 있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뜨거운 감자와 블루오션을 가르는 솔로몬의 지혜가 우리 민족에게 필요하다. 이 길이 한국에게는 번영을, 북한에게는 유일한 살길임을 그들이 깨닫게 되길 기원해본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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