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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오버팩파크의 터줏대감들

811 에이커에 달하는 오버팩카운티파크는 1954년,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견줄만한 공원을 뉴저지에도 만들자는 의욕으로 버겐카운티의 레오니아, 팰리세이즈파크, 리지필드파크, 티넥 등 4개 타운이 내놓은 땅들로 조성된 공원이다.

팰팍과 리지필드파크 지역의 쓰레기 더미와 폐차 타이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지금의 새 공원은 2003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2010년 7월 5일에 개장했다. 헤켄색 강을 옆에 끼고 걷는 트레일은 5마일이나 되고, 맨해튼에선 볼 수 없는 대형 어린이 놀이터가 만들어져 주말이면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로 북적인다. 카약 선착장과 낚시터며 3000명이 앉을 수 있는 야외공연장, 테니스코트 등 여러 가지 구기 운동장은 물론 서쪽 끄트머리엔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른 초원까지 유용한 시설들이 만재하다.

아침에 일어나 공원에 가서 걷기 시작하면 강물 위로 떠오르는 태양에 반사되어 반짝이며 물살을 가르는 카누, 지저귀는 새들, 바람처럼 살랑이며 가볍게 엉덩이를 흔드는 나비들, 이슬 머금은 야생화들의 색색으로 곱게 단장한 찬란한 미소까지 가슴이 설레고 또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나처럼 이 공원에도 터줏대감들은 존재한다. 문기씨, 영선씨 부부도 터줏대감 중 한 사람이라 함께 걷다 보면 마주치는 사람들과 굿모닝! 하느라고 바쁘다.



재미난 것은 서로들 매일 얼굴을 보기는 하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통성명을 한 것도 아니니, 새 사람을 만날 때마다 슬쩍 내게 하는 소개 멘트가 별명 일색이다.

'보스'는 공원 관리인이다. 커다란 덩치의 그는 늘 골프 카트를 타고 다닌다. '지르박'은 이탈리안 같은데, 큰 차오차오 개를 데리고 날렵한 원피스를 입고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 여자다. '김신조'는 양쪽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고 걷는 의지의 한국인 아저씨. '핸드폰'은 걸으면서 늘 통화하는 여인. 매일 달리기 하는 백인 여자는 'Horse' 'One Bottle'은 직접 만든 어깨 끈에 물 한 병을 줄에 매달고 오는 필리핀 남자. '여왕벌'은 남편이 병약한지 늘 아내에게 힘없이 붙어 다녀서 만든 슬픈 이름이다.

오늘 아침엔 영선씨가 기특한 개 얘기를 들려줬다. 무더웠던 어느 날, 자신들이 걷는 트레일 저 앞쪽에 거무죽죽하고 못생긴 큰 개가 더운지 길고 커다란 혀를 내밀고 헉헉 대고 앉아 있었는데, 자기들이 가까이 가니까 길 가 옆으로 쓰윽 자리를 옮겨 앉더란다. 주인은 그 상황을 눈치도 못 채고 있는데, 미물인 개가 사람들이 걷는 길을 피해 길가로 비켜 앉는 광경을 보면서, 못 생긴 그 개의 사려 깊음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었다.

그냥 우리 동네 보물단지인 오버팩파크를 자랑하려고 시작한 얘기가 사려 깊은 개의 가르침으로 끝났다. 식상한 말이긴 하지만, 집 가까이에 이처럼 훌륭하고 아름다운 공원이 있으니 미국에 사는 게 축복은 축복이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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