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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히말라야 애마

히말라야의 품에 안기다 (21)

저 멀리서 뽀얗게 먼지가 올라오는게 보인다. 히말라야의 산 중턱에서 말이 달리고 있다. 우리가 점심 먹는 장소가 약간 윗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한눈에 볼 수 있다. 뉴저지에서 함께 온 MC가 몸을 낮게 하고는 말을 타고 달려 오고 있다. 물론 마부가 고삐를 잡고 같이 뛰고 있어 안전하고 넓은 평지로 이어진 길이라 가능하지만 오는 내내 절벽길을 아슬 아슬하게 지나면서 오금이 저려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떤다. "히말라야에서 말 타본 사람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정말 강추입니다. 강추." MC는 하산길에 미끄러져 발을 조금 다쳤는데 거의 다 올 때까지 티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절뚝이며 힘들게 걷는게 안스러웠는지 대장 SS가 산행 가이드 NV에게 말을 구해 줄 것을 부탁했다. 결국 한 마리 정도만 가능하다고 해서 MC는 말을 타고 내려 오기로 하고 우리는 먼저 출발했던 것이다. 말을 타고 우리가 앉아 있는 곳 바로 앞 계단을 내려오는데 모두가 부러워하는 추억 속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이후로 MC의 아이디가 모든 이들의 환호와 함께 '히말라야 애마'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우리 모두의 산행은 끝이 나고 이제 히말라야를 떠나는 일만 남았다.

쉬고 나니 조금 기운이 생긴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단체 사진을 찍고 세르파들과 작별 인사를 한다. 거의 일주일간 동거 동락 했는데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되니 아쉬움에 서로를 부둥켜 안고 인사한다. 우리가 돈을 주기로 하고 고용했으니 소위 갑과 을의 관계임에 틀림 없지만 대장 SS와 BJ는 그들에게 친구 이상으로 각별한 배려를 했다. 그들 또한 우리를 가족 같이 챙겨 주며 웃으면서 산속을 누비고 뛰어 다녔었다. 갑과 을의 관계가 없어지고 서로 공존하는 관계가 된다면 얼마나 따뜻한 만남이고 서로 헤어질 때 아쉬워 할 수 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순간이다. 40여 명이 어울어져 함께 했던 시간들…이렇게 우리는 히말라야의 품을 떠나고 있다.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의 숨이 터져 나온다. 산행 전에 짐을 맡겨 놓았던 포카라의 호수 옆 호텔에 도착해서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는 미지의 나라 네팔을 즐기기로 했다. 우선 저녁 식당으로 찾은 스테이크 하우스의 수프가 일품이었다. 맥주로 모두 입가심을 할 때 나는 수프를 하나 더 주문했다. 입술이 터지고 혀침이 돋아 입맛이 거의 없는데도 두 그릇을 후루룩 마시 듯 비웠다. 자유시간 30분, 모두들 어슬렁 어슬렁 미지의 세계를 방황하고 있다.

5월 3일 아침이다. 호텔 부페에는 이미 우리 일행들로 꽉 차 있다. 경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에 도착하니 점심을 훌쩍 넘긴다. 네팔의 수도답게 거리는 혼잡하다. 전봇대에 걸쳐진 수많은 전깃줄이 출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엉켜 있고 2015년 지진으로 인해 많은 건물들이 훼손되고 특히 왕궁이라는 곳은 아직도 벽이 군데 군데 허물어져 있어서 경제가 어려움을 바로 보여 주고 있다. 점심으로 찾은 한국식당은 네팔인이 주인겸 주방장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도 먹기 힘든 김치찌개 맛에 모두가 탄성을 지른다. 먹고 또 먹고…옆에 앉은 ES는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세 그릇을 비우고 있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한인들에게 일명 원숭이 사원으로 불리운다. 워낙 원숭이들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사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는 불교 사원이다. 꼭대기까지 올라오니 서울의 남산처럼 카트만두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저녁을 먹기 전에 네팔의 이태원 정도 되는 샤핑 거리로 모두 뛰어 들었다. 깎고 또 깎고 신이 나서 둘러 본다. DK가 머플러를 흥정하고 있어 들어가 보니 65달러에 낙찰이 되는 순간이다. 나도 살테니 40달러씩에 달라고 하고 버텼다. 그렇게 해서 싸게 샀다고 둘이 신이 나서 나오는데 RN과 딸 DS가 머플러를 보더니 저기 옆집에서 25달러에 흥정하다 나왔다나. 둘은 쇼핑백을 들고 씩씩거리며 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We got ripped off.'




정동협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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