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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Lime Bike

Lime Bike(연초록 자전거)는 낯선 이름이다. 요즈음 딸 아이의 강아지를 돌보는 일로 아파트에서 밖을 자주 들락거리는 편인 하루에 세 번은 기본이다. 이 견공과 산책을 나가고부터는 늘상 자동차로 휭 하니 지나던 동네의 그만 그만한 식당이나 가게들도 천천히 걸으면서 살펴서 볼 수 있는 혜택도 생겼다만 내가 사는 화잇플래인즈 이 중소도시의 시내 풍경이래야 일주일이 미처 되기도 전에 싫증이 나게 단조롭다.

그러던 어느 날 연초록과 노란색이 복합된 말끔한 자전거가 우리의 산책길에 세워져 있는 것이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하였다. "자전거가 사람이 다니는 길 위에 잠금장치도 없이?" 라며 모퉁이를 한 바퀴 돌아오니 그곳에는 3대가 나란히 정거하고 있었다. 호기심에서 우선 자전거 뒤에 쓰여 있는 간단한 내용의 글을 읽었는데 자전거 골격의 색깔을 따라서 이름하여 'Lime Bike'라 되어 있다. 스마트폰의 앱(App)으로 작동이 가능하며 한 번 타는 요금은 1달러인데 자기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곳 인도에다 그냥 세워놓고 떠나면 된다고 한다. 참신한 연초록 색깔이나 간단한 디자인이 우리 행인들의 눈에도 부담감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몹시 궁금한 맘으로 집에 돌아오자 곧바로 인터넷 검색을 하였더니 다행히 많은 정보가 올라와 있었다. 굳이 번역을 하자면 '무 정거장 나누어 쓰는 자전거?(Dockless Bike Share)' 라는 이름으로 2017년에 태어났다고 한다. 최첨단 기술에 능통한 중국계의 젊은이 세 사람이 창업을 하였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시작을 하였지만 미국 전역의 도시나 또 대학가에서 인기가 대단하며 유럽 등으로 사업이 크게 확장하는 추세라고 하니 스마트기기에 잘 어울리는 신세대 자전거 임에 틀림이 없다.

며칠 전 치적이던 가을비도 걷히고 화창하게 햇살이 좋은 오후였다. 그나마 갓길에 잡풀과 잔디가 있어서 강아지가 특별히 좋아하는 산책길로 들어서니 'Lime Bike' 한 대가 서 있었다. 앞자리에는 나의 손녀 개(Grand Dog, 실제로 'I have a grand dog'이라 한 자동차 스티커도 있다)가 앉아도 될만한 바구니에 반려견 그림도 달려 있어서 둘이서 동네를 벗어나서 더 긴 산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였다만 자전거 타는 일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으니 그냥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간혹 이렇게 날씬한 자전거를 무슨 심보인지 완전히 넘겨놓은 것들도 종종 있다. 이럴 때는 나의 노파심이 작동함인지 웬만큼 바쁘지 않으면 그것을 바로 놓기도 한다. 넘어진 자전거를 반듯하게 세워놓고 집으로 오는 날은 그냥 기분이 좋다. 혹 "오지랍이 넓은 할머니"라 할지도 모른다만 하루에 같은 길을 3번 이상 걸으려면 나만의 변화를 추구해야 되는 지경인데 요즈음은 'Lime Bike'가 주는 시가지의 변화에 마냥 고마울 따름이다.




김옥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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