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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나의 만트라

거의 40년 전인가. 평생 점집을 찾지 않은 내가 용하다는 점집을 세 번이나 간 적이 있다. 점집을 그때까지 가지 않았던 이유는 종교도 없었지만 미신을 전혀 숭상하지 않는 친정 엄마께서 하신 말씀의 영향이 컸다. 엄마가 처녀 적에 40일 동안 혼자 깊은 산에 가서 산기도를 하고 내려오신 외할머니께서 "내가 40일 동안 온 마음 다해 기도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미신 같은 것에 절대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선언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에도 엄마는 떡을 해서 온 마을에 한 집도 빼지 않고 돌릴망정 귀신 먹으라고 집안 여기저기 떡을 놓는 행위 따윈 일체 하지 않으셨다. 그런 탓일까. 대학 입시를 앞두고 친구들이 점집을 다녀와서 흥분해서 떠들든, 이름을 개명하든, 나 역시 한번도 그런 친구들과 뇌화부동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30대 중반에 갑자기 물어 물어 점집을 찾게 된 것은 인생의 굴곡점에서 실낱 같은 위안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때 황당했던 것은 세 명의 점쟁이가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가톨릭 신자임을 간파한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당신이 믿는 신에게 진심으로 열심히 기도하면 당신의 바램이 다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아니, 굿을 해주든가 부적을 써주든가 해서 나의 복을 빌어줘야 하거늘, 내가 믿는 신에게 지성으로 기도하라니 어이가 없었다.

뿐만 아니다. 신부님이나 수녀님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해주시는 말씀이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다 이루어주신다"고 하신다. 언젠가 어느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기도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이므로 언제, 어디서든, 열심히 하기만 하면 기도발이 역사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귀 얇은 나는 그 다음부터는 이 말씀을 성경처럼 믿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기도하면, 온 마음과 온 정성 다해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창조주께서, 우리의 뜻을 이루어주신다는 믿음처럼 달고 힘 나는 레시피가 어디 있겠는가.

가톨릭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그 부분에서는 다 합일점이 있다고 믿는다. 류시화 시인의 '인생 만트라'란 글 중에 그런 대목이 있다. 자기가 아는 여성 중에 음식을 먹기 전에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하고 주문을 외우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다고 맛없는 음식이 맛있어지겠어?" 하고 묻자 "그럼요. 이건 강력한 만트라예요" 하더란다. 그래서 그녀에게 전염되어 그 역시 고구마를 삶으면 "호박고구마가 되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자기 최면을 걸게 됐다는 얘기다.



산스크리트어에서 '만트라'의 '만'은 '마음', '트라'는 '도구'라고 한다. 그러니까 만트라는 직역하면 '마음 도구'라는 뜻인데, 만트라의 원리는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 최면이라고도 류 시인은 말했지만, 나는 만트라 원리에 적극 공감한다. 뭐든지 잘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최선을 다하면 절대 결과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내 성의가 부족했거나 나태했을 때 실망스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정말 있는 힘을 다해 반드시 이룬다는 믿음으로 노력하면 결코 실망스런 결과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3월의 내 만트라는 '건강한 나''행복한 나'이다. '행복한 나'는 이즘의 내겐 '매일의 기도' 아닌 '매일의 주문'이다. 주문처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늘도 또 하루의 행복한 날!"하고 입 속으로 주문을 외면 저절로 웃음꽃이 피어나고, 정말로 오늘도 내겐 행복한 하루가 창조되는 것이다. 자기 최면이면 어떻고, 만트라면 어떻고, 기도면 어떠하리. 오늘 내가 행복하니 좋고, 오늘 내가 건강하니 더 행복하다. 그런 매일을 기도하는 것이 나의 주문, 아니 나의 만트라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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