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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전쟁처럼 사는 사람

전헌 선생님의 '다 좋은 세상'에서 우리 세상이 전쟁과 같다는 부분을 보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쟁을 합니다. 늘 평화로운 시대를 사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전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취업 전쟁, 입시 전쟁과 같은 수많은 전쟁을 겪고 있습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온통 전쟁터입니다.

늘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전술이나 공격, 방어, 무기의 개발, 폭격과 같은 말이 일상용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전쟁 용어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전쟁에 무감각한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삶을 전쟁처럼 살다 보니 하루하루가 긴장 상태고 피곤하기 짝이 없습니다.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고, 언제 큰 소리가 날지도 모릅니다. 조마조마합니다.

집은 단지 전쟁에 지친 병사들의 휴식처입니다. 휴식처니까 휴식의 공간의 역할만 합니다. 그래서 휴식하고 잠을 자는 것이 주로 집의 역할이 됩니다. 소파에 패잔병처럼 널브러져 있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만 합니다. 뒹구는 거죠. 집에서 다른 일을 하기 어렵습니다. 전쟁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예술도 전쟁을 대비하는 재충전의 시간이어서 마치 위문공연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전쟁은 모든 생각을 황폐화합니다.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늘 적을 찾습니다. 그러고는 눈앞에 자꾸만 등장하는 적을 제거합니다. 슬프게도 이것은 매일 우리가 맞이하는 세상입니다. 전쟁터이기에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고 부하에 대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부하의 배신이 아프고, 상사의 압박이 괴롭습니다. 전쟁이니까 당연한 것처럼 생각이 들 겁니다. 전쟁의 이기는 법은 어찌 보면 함께 사는 길은 아닐 겁니다. 그저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지요.



매일 매일이 전쟁이니까 숨어있는 적도 찾아내야 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말에는 누구도 100%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믿으라는 말이 아니라 믿지 말라는 말이 이렇게 우리의 신념체계 속에 박혀 있게 됩니다. 어이없는 일이고 답답한 일입니다.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지가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전쟁에 대한 용어부터 생활 속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떨까요? 말이 사고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전쟁이 끝나야 집을 집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집은 단순히 휴식의 공간일 뿐 아니라 새로운 꿈을 그리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예술도 예술로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친구를 믿고, 적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며 혹시 적처럼 보이는 사람도 용서하며 친구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서 집에서부터, 친척이나 친구부터 달리 대해야 하고, 나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전쟁은 우리를 늘 불평등하게 만들고, 자유를 빼앗고, 초조한 불안에 빠지게 합니다. 이제 내 주변의 세상을 전쟁이라고 부르지 말고, 전쟁처럼 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불평등이 전쟁의 원인이 아니라 전쟁이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말이 가슴에 아프게 다가옵니다. 이는 실제 전쟁뿐 아니라 전쟁처럼 사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전쟁처럼 살다 보면 불평등이 심화되고, 서로를 미워하고, 분노가 깊어질 겁니다. 전쟁처럼 살면 서로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전쟁 같은 삶도 이제 끝내면 좋겠네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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