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가락잽이 이야기

우리말 사투리는 수수께끼가 한 가득입니다. 왜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궁금하지만, 특별히 물어볼 곳도 없습니다. 저는 방언학이 전공은 아닙니다만, 어휘를 공부하다 보니 다양한 사투리에 관한 질문에 마주하게 됩니다. 어휘에 대한 질문은 저에게 언제나 기쁨입니다.

얼마 전에 ‘가락잽이, 가락좆’이라는 전라도 방언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왼손잡이’를 말하는데, 그 기원이 뭘까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사전에서 ‘가락잡이’를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이 나타납니다. 하나는 ‘굽은 물렛가락을 바로잡아 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물레의 가락과 관련이 있는 단어로 보입니다. 또한 가락잡이는 ‘한쪽 눈이 먼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한쪽 눈을 가락이라고 표현한 점에서 가락은 둘 다가 아니라 그중 한 쪽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경상도 말에서 한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을 나타냅니다.

가락의 어원은 손가락과도 연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락’은 갈라지다와 연관을 짓는 입장도 있습니다. 손가락뿐 아니라 ‘발가락’, ‘엿가락’도 모두 가락이라고 쓰기 때문입니다. 물렛가락이라고 할 때도 여기에서 유추된 표현으로 봅니다. 가락의 어원을 손 전체로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서정범) 손의 의미가 손가락으로 축소되었다는 입장인데, 알타이어와 비교하면서 가능성을 밝히고 있습니다. 군산 지역 방언에서는 ‘가락잽이’가 왼손잡이의 의미로 나타나서 흥미롭습니다. ‘잽이’는 ‘잡이’가 ‘ㅣ모음 역행동화’하여 변한 말입니다. 왼손잡이가 ‘왼손잽이’가 된 것과 같습니다. 손잡이를 ‘손잽이’라고 하지 않는 점에서 ‘잡이’의 경우는 사람에게 칭할 때 역행동화가 더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칼잡이도 ‘칼잽이’라고 합니다. 전설모음화는 ‘먹이다’를 ‘멕이다’라고 하는 등 뒤에 따르는 ‘이’의 영향을 받아서 앞의 모음이 전설모음이 되는 현상입니다. 잡이가잽이가 될 때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의미에 제약이 있다면 음운변동과 의미 사이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라남도에서는 왼손잡이를 ‘가락좆’이라는 속어로도 사용합니다. ‘좆’은 본래 남성의 성기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입니다만, 다른 뜻으로는 나무못이나 중간에 박은 나무 등의 의미로도 나타납니다. 잡좆은 ‘쟁깃술의 중간에 박은 나무. 쟁기를 들거나 뒤로 물릴 때 이것을 잡아 쳐든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놋좆은 ‘배 뒷전에 자그맣게 나와 있는 나무못. 노의 허리에 있는 구멍에 이것을 끼우고 노질은 한다’(표준국어대사전)는 의미입니다. 나무를 중간에 박거나 끼워서 사용하는 경우 이를 남성의 성기에 비유해서 쓰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락잽이와 같은 이유로 왼손잡이를 의미하는 단어가 된 것 같습니다.



가락잽이를 왜 왼손잡이의 의미로 사용했을까요? 제가 볼 때는 물레의 가락잡이에서 온 말이 아닐까 합니다. 물렛가락을 왼손으로 잡아서 이를 왼손잡이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락좆이라는 표현도 물렛가락을 달리 표현한 말이 아닐까 합니다. 정확하게 근거가 되는 내용을 찾지 못해서 확실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지금까지의 근거로 볼 때는 여기까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가락잽이에서 시작하여, 왼손잡이, 물렛가락까지 다양한 민속 풍습과 언어 현상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방언이 어려운 것은 증거가 분명치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옛말이나 다양한 현대어 자료를 엮어가며 최대한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오늘 가락잡이라는 말을 보면서 고향 생각이 나는 분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