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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十思疏<십사소>

“미자하(彌子瑕)의 행적은 후세 사람에게 ‘아첨해 총애를 받는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기 족하다. 비록 백 세대 이후도 마찬가질 터다.” 사마천(司馬遷)이 아첨배의 행적을 모아 기록한 ‘사기(史記)’ ‘영행열전’의 총평이다. 아첨배를 일컫는 ‘영행’의 영은 아첨, 행은 권력자가 가까이 둔다는 의미다.

미자하는 위 영공(衛靈公)을 모셨다. 위나라 법은 임금의 수레를 허락 없이 타면 발뒤꿈치를 잘랐다. 미자하가 어머니의 병 소식을 들었다. 왕의 명령이라 속이고 1호 차를 탔다. 영공은 “효자다. 어머니를 위해 발목을 내걸다니”라 칭찬했다. 미자하가 영공과 과수원에 갔다. 복숭아가 달았다. 먹던 반쪽을 바쳤다. 영공이 “제 입 대신 나를 생각했구나” 칭찬했다.

미자하의 미색(美色)이 시들었다. 영공이 돌변했다. “일찍이 수레를 속이고, 먹다 만 복숭아를 바쳤다”며 내쳤다. 여도지죄(餘桃之罪)의 고사다. 사마천은 ‘내로남불’을 꾸짖었다.

현대판 간신(奸臣)을 풍자한 국민청원 ‘시무 7조’가 청와대 답변을 기다린다. 대통령 기록물이다. 대한민국 역사로 백 세대에 전할 국가 기록인 만큼 답변은 대통령이 직접 하면 낫겠다.



역사의 명군(名君)은 간신(諫臣)이 만들었다. 위징(魏徵)은 당(唐) 태종에게 열 가지를 생각하라는 상소문 ‘십사소(十思疏)’를 올렸다.

“좋은 물건을 보면 만족을 생각해 스스로 경계하고(思知足以自戒), 하고 싶은 일에는 그칠 때를 생각해 백성을 편안케 하고(思知止以安人), 위태로운 일에는 겸허함을 생각해 스스로 수양하고(思謙沖而自牧), 두려움이 넘칠 때는 냇물보다 낮게 임하는 강과 바다를 생각하고(思江海下百川), 사냥을 즐길 때는 절제를 위해 세 방향에서만 짐승을 몰고(思三驅以爲度), 나태가 두려우면 시작과 끝을 삼가고(思愼始而敬終), 불통이 걱정되면 마음을 비워 간언을 들으며(思虛心以納下), 간사한 자가 우려되면 몸을 바르게 해 악한 사람을 물리치고(思正身以黜惡), 상을 내릴 때는 까닭 없이 잘못 내리지 말 것이며(思無因喜以謬賞), 벌을 내릴 땐 노여움에 형벌을 남용해선 안 됨을 생각하라(思無因怒而濫刑).”

위징은 마오쩌둥조차 ‘모순론(矛盾論)’에 인용했다. “겸허히 의견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편벽되게 한쪽만 믿으면 아둔해진다(兼聽則明 偏信則暗).”


신경진 / 한국 논설위원·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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