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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다음 금융위기는 어디서 시작될까?

미국 경제가 사상 최장기간의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습니다. “파티가 한참 달아오를 때 그릇을 치우는” 것이 중요한 임무인 연준이 2015년부터 작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9차례 올리면서 경기과열 우려를 단속하려고 나선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연준은 금년 들어 정책기조를 급격히 전환하여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약한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7월부터 10월까지 기준금리를 3차례 내렸습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튼튼하지만 세계경제와 국제정치에서 비롯된 불안요인들이 현실화될 위험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이른바 "보험적 인하(insurance cuts)”를 단행한 것입니다. 돈값(자금조달비용)이 싸지면 소비가 촉진되고 기업이윤도 늘어납니다. 파월 연준의장은 금년 중 이루어진 통화정책 결정이 경제성장을 지원하는데 적절했다고 자평했습니다.



보험에 가입한 사람에게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안전해졌다는 믿음 때문에 더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의 역설입니다. 시카고 대학의 펠츠만 교수는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이후 실제로 벌어진 현상들을 분석했는데, 운전자가 치명적 부상을 입을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안전벨트를 믿고 좀 더 과격하게 운전하게 되면서 교통사고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고 보행자와 자전거 탑승자의 피해는 더 커졌습니다. 운전자는 사고위험이라는 비용이 줄어들면 고속주행이라는 편익을 누리려고 합니다. 합리적인 사람이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막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원래 의도와 달리 다른 측면에서 위험이 높아지는 현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펠츠만 효과(Peltzman effect)라는 이름도 생겼습니다.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자산가격 하락을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가치보다 높은 가격이 정당화되면서 회사채 등 위험자산 부문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쌓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회자되는 2020년 금융시장의 위험요인들을 점검해 보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유익한 일일 것입니다.



우선 꼽히는 것이 무역분쟁 심화 가능성입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투자가 계속 위축되면 고용, 가계소득, 소비지출이 연쇄적으로 줄어들면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대두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전 세계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물론 현직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무역분쟁을 심화시켜서 주가 급락을 초래하는 자충수를 두지는 않을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장에서는 내년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또다른 위험으로 꼽히는 것이 친성장·친기업 정책기조 후퇴 가능성입니다. 기업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돈이 몰리는 곳에서 위기가 시작된 경우는 흔했습니다. 한편 업계 사람들은 아직 대체로 낙관적인 것 같습니다. 돈을 “평균보다 더 많이” 벌고 싶어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충분히 많을 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러다 돈을 잃는 한이 있어도 어쨌든 달려들어 보는 게 사람이라는 것도, 또한 역사를 통해 무수히 반복하여 관찰된 사실이니까요.

김 연 / 뉴욕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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