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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미국, 미련 없이 떠납니다"

뉴욕나눔의집 한인 노숙자 3명 영구 귀국
20여 년 이민 생활, 질병·신분 문제로 고통
해외한인구조단서 한국 항공료·정착 지원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이 두렵지만 기대됩니다."

다음달 JFK 공항을 통해 이민 21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영주권자 송모씨는 한국에서 사업이 망한 후 1996년 뉴욕 땅을 처음 밟았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았고 6년 전부터는 만성신부전증까지 겹치면서 직장을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 한인 운영 셸터를 전전하다 결국 한국행을 결심했다. 자신을 60대 중반이라고 소개한 송씨는 "한국에 아들과 딸을 포함한 가족과 형제들이 있다"며 "홀로 외로운 여기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20년 넘는 미국 생활을 접는다는 미련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고 말했다.

91년 3월 뉴욕에 온 최모씨도 6일 영구 귀국한다. 최씨는 형과 여동생을 따라 미국에 왔지만 영주권 인터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불법 체류자가 됐고 아내도 이혼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미국에 혼자 남게 됐다. 콜택시 운전을 하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노숙자가 됐다는 최씨는 "불체자 자수를 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이민국까지 찾아간 적이 있다"며 "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심정을 묻자 최씨는 "5년 전부터 한국에 가려고 했지만 일자리가 없고 항공료도 없어 망설였다"며 "씁쓸하지만 미련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노숙자 셸터인 뉴욕나눔의집 박성원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노숙자들이 많다"며 "하지만 항공료를 마련할 길이 없고 막상 티켓이 주어져도 한국에서 온 지 오래돼 머물 수 있는 곳도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눔의집에서 기거해온 송씨와 최씨의 귀국은 한국 비영리재단인 재외한인구조단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지난 2월 나눔의집과 구조단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첫 케이스다. 2015년 4월 발족한 구조단은 해외에서 곤경에 빠진 한인들의 귀국과 재활을 돕고 있다. 6일 나눔의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조단 김영숙 뉴욕지부장은 "항공편 지원은 물론 각자의 형편에 맞게 한국에서 재활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구조단의 목표"라고 밝혔다.

담석증과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불체자 이모씨도 구조단의 도움으로 이민 생활 18년 만에 귀국한다. 99년 3월 IMF 당시 부도로 인해 도피성 이민을 왔다는 이씨는 "한때 유명 요리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도박에 빠져 직업을 잃고 전 재산을 탕진했다"며 "신장 투석 중 뇌졸중까지 겹치면서 왼쪽 반신이 마비됐고 플러싱병원과 엘름허스트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구조단 김 지부장은 "이씨는 귀국 후 구조단과 연결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며 "여러 상황으로 타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들이 구조단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가 자립할 수 있길 바란다. '고국이 이렇게 따뜻하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단은 매달 두 명씩의 한인을 고국으로 돌려보낸다는 방침이다. 문의는 뉴욕한인봉사센터(KCS)로 하면 된다. 718-939-6137.


서승재 기자 seo.seungj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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