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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질투하는 하나님

선한 하나님의 이미지를 마음에 둔 자들에게 하나님이 질투(嫉妬)하신다(출애굽기 20:5)는 표현은 매우 어색하다. 사랑과 질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개념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서에는 여러 곳에서 하나님의 속성을 언급할 때 ‘질투하는 하나님’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번역을 제대로 한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이라는 분은 저급(低級)한 인격을 가진 존재인가? 여러 질문들이 일어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질투하는 하나님을 표현할 때 대부분의 영어번역본 단어를 보면 Jealous(질투하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 단어는 Zealous(열정적인)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명사형 Zeal은 열정, 간절, 열심 등의 뜻을 가지고 있고 원래 쓰인 히브리어도 동일한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의미는 ‘열정을 가진 간절한 사랑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질투라는 우리말이 매우 잘 선정된 적절한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실 때 질투하기까지 열정을 가지고 간절히 사랑하시는 분이심을 표현한 것이다.

필자가 결혼하기 전에 한 여인을 알게 되었고 매우 사모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냉담한 반응으로 되돌아왔지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사모하는 마음이 사무쳤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나만 상대해주지 않고 내 주위의 형제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도 내 눈은 그 쪽만을 향하고 있었다. 나를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다른 형제들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고통으로 타들어갔다. 그것은 분명히 질투의 감정이었다. 그 여인은 후에 평생을 같이 사는 나의 동반자가 되었다.

하나님의 질투는 사랑을 나타내는 매우 강력한 표현이다. 따라서 질투의 하나님을 대할 때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직시(直視)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하나님이 나를 향해 사랑하는 정도가 얼마만큼인가를 알아야 한다. 나를 너무 간절히 사랑해서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심장 안에 사랑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분은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해서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질투하시는 사랑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가장 큰 기쁨과 고통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순수하고 뜨겁게 하나님을 사랑할 때 하나님은 가장 기쁘시다. 하나님과 내가 사랑의 마음으로 연결되면 그 분은 갖가지 귀한 선물들을 아끼지 않으시고 나를 존귀한 모습으로 만들어 가신다. 지고(至高)의 행복과 기쁨은 내가 하나님을 최고로 사랑할 때 경험된다. 하나님이 이렇게 나를 사랑하시므로 나를 향해서도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나의 삶은 가장 빛나고 존귀한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질투하시는 하나님 앞에 명심해야 할 것이 또 하나가 있다. 질투는 대단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질투는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憤怒)의 표현이다. 시인 변영로는 논개를 추모하는 시를 쓸 때 대단한 영예를 이렇게 부여했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진실로 거룩한 분노와 불붙은 정열은 하나님 사랑의 양면(兩面)이다. 하나님은 내가 하나님 외에 다른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할 때 고통(苦痛)을 받으신다. 그것이 하나님이 그토록 싫어하시는 우상이다. 인간의 운명(運命)이 여기에서 갈라진다.

사랑을 따라 움직이는 인간은 자기방식의 사랑을 선택한다. 이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그 사랑의 지향(志向)이 최고의 선, 즉 하나님의 인격일 수도 있고 최고의 악, 곧 악마의 욕망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욕망은 악마를 향해 전진한다. 중간지대는 있을 수 없다. 최고의 선을 향해 방향을 잡지 못하면 모두 최고의 악으로 흘러간다. 필자는 진리의 빛을 향해 방향을 바로 잡는 일을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생은 방향을 잡고 사랑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질투의 하나님은 참 사랑을 향하는 자들을 지극 정성으로 품으시고 세상의 욕망을 향하는 자들을 결국엔 파괴하신다. 하나님의 질투는 나를 향한 열정적인 사랑의 표현이다.


최다니엘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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