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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꽃이지는 중입니다

설친 참이 확, 달아오르는 발이 뜨거워

두근거리는 초침이 찬기를 찾아요



태운 냄비의 잔재들이 공기 속에 곰팡이를 피웠어요



코끝이 징한 기억은

오늘의 일기로 기록 되어요



옆집 할머니의 깜빡이는 자주 드나들어요

안경과 열쇠꾸러미를 물고 사라져요

수요일은 금요일에게 배려심이 많아지고

빈 손으로 냉장고 문을 닫고나면 썰렁해지는

머리카락 속에서는 폭포수가 쏟아져요

물냉면을 먹으려던 입술이 심술궂게도

붉은 짬뽕을 들이켜요

슬픈 트로트를 눈물 한 방울 없이 매정하게

꺾어 놓고도 담담해지는

사랑이란 강건너 불 구경이죠



꽃이 지는 거래요



그림자마저 누워버린 적막 속에

나비 한 마리 어둠을 날아요

잊혀지지 않는 향기

이름이, 내 이름이

낯이 설어요



지는 꽃을 나무라지 않듯이

그냥 지켜만 봐주세요



계절의 절기에 서 있는 나는



꽃이 지는 중입니다.


임의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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