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90도는 싫어
빳빳이 세운 고개, 수직상승천장을 꿰뚫을 수 있는지 모르지만, 비스듬히 사선의 멋은 볼 수 없어
직진으로 질주하지 못해도 삐뚤빼뚤 기어서 가는 굼벵이의 몸짓,
곡선의 언덕에 숨어있는 보물들은 얼마나 대견한지
왕왕
뻣뻣한 것들은 고개를 숙일 줄을 몰라 얼마나 많은 빛의 각도를 놓치는지
90도는 위태롭지 않겠지만, 허리를 굽힐 줄 몰라
비탈길에 누워 바람의 입술과 속삭이는 풀꽃의 밀어를 듣지 못하고
측면과 옆면과 귀퉁이와 모서리
햇빛에 드러난 거미의 날개 춤을 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보았다고
그렇다니까
오만의 각도에서 볼 수 없는 경사의 미학
그 모호한 빛의 찬란
아주 가끔
천천한 동작으로 무릎을 땅에 대고
비스듬히 고개를 ….그리고 실눈을 떠봐
곽애리 / 시인·뉴저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