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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연하장에 ‘원폭 피해 소년’ 사진

1945년 나가사키에서 찍은 흑백
연하장 뒷면엔 ‘전쟁의 결과’ 문구
북핵 둘러싼 긴장 우려 우회적 표명

2018년을 맞아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각국의 상황과 국제 정세가 반영된 신년사에는 전 세계가 당면한 주요 이슈가 담겨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원폭 피해 소년의 사진을 실은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의 연하장이다.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촬영된 흑백사진으로 이맘때의 들뜬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굳이 이 사진을 선택한 데 대해 교황이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연하장에 실릴 사진을 직접 골랐다. 처음 있는 일이다. 연하장 뒷면에 자신의 서명과 함께 ‘전쟁의 결과(il frutto della guerra)’라는 문구를 적으라는 지시도 내렸다.

연하장엔 사진에 대한 설명도 붙었다.



‘숨진 동생을 등에 업고 화장터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 미국인 사진사 조셉 로저 오도넬이 촬영했다. 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흐르는 모습으로 아이의 슬픔이 표현된다.’

설명대로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 사진사였던 오도넬이 촬영했다. 그는 전후 4년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머물며 전쟁의 참상을 기록했고, 2005년 '일본 1945년: 그라운드 제로에서 온 한 해병대 사진사'라는 사진집을 펴냈다. 연하장의 사진도 이 사진집에 실렸다.

CNN의 바티칸 분석가인 존 앨런은 “연하장에서 교황의 입장이 크게 추가된 것은 없다”면서도 “그가 사진을 직접 선택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의 메시지는 현 상황과 특별히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교황이 핵무기를 규탄하고, 전쟁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교황이 연하장을 통해 북핵을 둘러싼 긴장 상황에 대해 우회적으로나마 우려를 표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교황의 연하장에 실린 소년의 사진이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가 1988년 내놓은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부모를 잃은 남매가 갖은 고생을 하다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영화 속 오누이의 모습이 연하장 속 사진과 비슷하다. 이 작품을 두고는 ‘반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주장과 ‘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피해자로 묘사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지만, 전쟁의 참상을 세밀히 그렸다는 점에서 현재도 회자하고 있다.

한편 교황은 31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송년 미사에서도 “인류가 죽음, 거짓말, 부정의로 한 해를 낭비하고 망쳤다”고 비판했다. 또 “전쟁은 회개하지 않고 어리석은 오만함의 가장 명백한 표징”이라며 전 세계 여러 곳의 위기에 대해 비탄의 마음을 표했다.


홍주희·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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