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Clear
61.7°

2018.11.16(FRI)

Follow Us

새해 문인글동산: 공순해(한국 문인협회 워싱턴주 회장)

[시애틀 중앙일보] 발행 2017/01/03 미주판 0면 기사입력 2017/01/03 10:34

도금된 닭

남대문 시장에 갔을 때였다. 좌판의 액세서리들이 두드러지게 눈을 끌었다. 머뭇대자 동생이 사라고 부추겼다. 별 생각 없이 하나 집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짚어보니 언니 선물을 사지 못했다. 아까 샀던 목걸이를 주리라 맘 먹었다. 그 목걸이가 눈을 끌었던 건 금빛이 찬란해서였다. 물론 도금이지만 언니 목에 걸어 주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언니 목에 그 목걸이를 걸어주고, 눈부신 금빛만큼 환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었다. 일은 저녁 설거지 끝나고 일어났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모! 조카의 황당한 비명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조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언니 목엔 금빛 목걸이는 간곳없고 낯선 쇠붙이만 남아 있었다. 불과 여섯 시간 정도 사이에 누군가 금빛을 걷어가 버린 것만 같은, 망연한 사실.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그 일은 미스터리다. 내 손으로 샀고 직접 걸어 줬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무엇에게 홀렸던 걸까. 그때 한국 방문은 그래서 뒷맛이 참으로 썼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그 보다 더한 일들이 밥 먹고 차 마시는 일만큼 흔하다. 도금의 광휘가 벗겨지고 민낯이 드러나는 여러 소식을 우리는 거의 매일 보도 매체를 통해 접하기에 이런 경험은 엄살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빌 코스비 경우를 보자. <빌 코스비 쇼>를 통해, 지성을 갖춘 흑인으로 부각된 그는 흑인의 롤 모델이었으며, 현대 미국 아버지상을 대변했다. 한국식 표현으로 국민 아버지에 등극했달까. 교육학 박사 학위도 받은 그는 기부 활동과 장학 사업도 활발하게 펼쳤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자유 메달을 수여한 건 그의 성공에 광휘를 더하는 일이었다. 세상은 그의 행적을 통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그러나 그는 성 추문을 통해 몰락했다. 학력과 학위도 그의 유명세와 연예 권력으로 얻어진 함량 미달의 것으로 밝혀졌다. 전설이 될 뻔했던 그는 지금 36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국민 아버지로 도금됐던 그의 벗겨진 민낯은 악랄하고 추악하다.
트럼프의 아내가 미셸 오바마의 연설을 표절한 정도는 정치판에서 있을 수 있는 애교 수준이다. 남의 글로 자신의 글을 치장하고도 의연하게 염치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문학으로 도금된 가짜 문학인은 또 얼마인가. 한 줄 글을 위해 피 마르는 시간을 통과한다고 고백하는 문인들은 정신의 살점 하나하나 벗겨지는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먹고 마시고 자고 놀 거 다 하고 난 여분의 시간을 약간 할애해 글 쓰며, 글 쓴다고 나대는 사람은 또 얼마인가. 날탕, 맹탕은 온탕 냉탕을 오간다.
지식으로 도금된 가짜 지식인의 경우도 있다. 우리는 어제까지 존경받던 명사가 곡학아세 의 지식인으로 드러날 때, 사는 게 서글프다. 가장 심한 경우는 이름만 믿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자신을 훼손하는 경우다.
나아가 종교인은 어떠한가. 무소유의 인사로 찬양받던 그분의 풍요로운 해외 여행기는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 민족시인으로 추앙받는 한 시인, 승려이기도 한 분의 이야기는 또한 어떠한가. 출가했음을 명분으로 어린 자식을 돌보지 않아, 아들이 굶어 죽었다는 평전 한 줄은 경악 그 자체다. 자식도 돌보지 않은 아비가 민족을 돌본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아비가 어찌 민족을 품을 수 있나. 또 신도와의 관계를 고백하고 목회를 그만둬 뉴욕 바닥을 들었다 놓은 분의 얘기는 지면이 아깝다.
최근엔 꽃으로 삶을 치장한 사람의 얘기도 들었다. 치장도 꽃으로 한 건 급이 다르지 않을까… 그 일이 화제가 되었을 때, 그만 뜨악하게 웃고 말았다.
남대문 시장에서의 경험은 가끔 자신을 허탈하게 한다. 해서 가끔 곰곰 되짚어 보는데, 혹시 그 물건은 도금이 아니었고 화공 약품으로 처리해 잠깐 동안만 금빛을 낸 게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이 든다. 하면 그 현혹에 넘어간 자신이 떠듬한 거였다. 뭘 그 전말을 풀어 놓으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백일하에 드러내나, 자신에게 냉소벽 이 일어 그만 생각을 덮고 만다.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경계할 일이다. 자신조차도 글 쓴다고 글로 자신을 도금하고 있는 거나 아닌지. 남 말할 때가 아니지 않나. 2016년 한 해는 금으로 도금했던 원숭이의 민낯이 벗겨진 해였다. 2017년 또한 금으로 도금한 닭들이 얼마나 홰에 올라 가짜 계명성을 울 것인가… 제발 거기 휩쓸리지 않도록 똑바로 정신차릴 일이다.

오늘의 핫이슈

Branded Content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