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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IT엘리트, 저녁에는 농부

실리콘밸리에서 닭 키우기가 유행

전세계의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 뜻밖의 취미 생활이 유행하고 있어 화제다. 바로 닭 키우기다. 낮에는 삶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IT 엘리트들이 저녁에는 농부로서 원초적인 노동을 자처한다니 다소 역설적이지만 흥미롭다.

사실 이들의 남다른 취향은 이전에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지역 농산물 애용하기, 전기차 타기 등 자신의 친환경적인 면모를 뽐내는 ‘착한 사치’를 즐겨왔다. 요즘 유행하는 닭 키우기도 그 연장선인 셈이다.

물론 이 괴짜들은 닭도 평범하게 키우지 않는다. 뼈대 있는 품종의 닭을 한 마리당 350달러에 데려와 그릭 요거트, 유기농 연어, 스테이크를 먹여 키우며, 스마트폰으로 제어 가능한 2만 달러 상당의 최첨단 닭장을 활용해 닭의 복지와 생산성을 최적화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애정 어린 손길로 목욕을 시키고, 시간당 225 달러를 내고 닭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도 잊지 않는다.

뜻밖에도 이 별난 취미생활은 만족도가 아주 높다. 이들이 닭을 키우며 얻는 것은 신선한 달걀뿐만이 아니다. 만질 수 있는, 온기를 가진 생명체와 교류하고 삶의 순환을 지켜보면서 하루 종일 모니터 속 가상현실과 씨름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한다. 애정으로 키워 얻은 형형색색의 달걀을 주변에 선물할 때의 뿌듯함은 덤이다.



우리나라에서 ‘삼시세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삼시세끼는 출연자들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세 끼를 자급자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농사 짓고, 먹고, 잠자는 내용이 전부인데도 큰 인기를 끌어 시즌 7까지 이어졌다. 그 인기의 너머에 있는 것은 손가락만 몇 번 까딱하면 무엇이든 대문 앞까지 가져다 주는 세상에서 자연과의 단절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아니었을까. 날로 발전하는 기술 덕에 삶은 편리해졌지만, 그 대가로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김혜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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