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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수 칼럼] 시위하는 사람들 뒤에서

시청 앞 촛불시위는 장마 비처럼 질기고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4월18일 쇠고기협상이 체결되고 그 후(29일) 광우병 관련 MBC PD수첩이 방영되자 우후죽순처럼 자라나기 시작한 촛불집회는 꺼지지 않고 한 달이 넘게 거리를 휩쓰는 시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시위대를 막기 위한 전경들이 전경차로 바리케이드를 치듯 양 옆길로 줄을 섰는데 창문들이 닭장처럼 철사로 촘촘히 엮어놓아 감옥을 연상케 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언제 어디서 상경을 했는지 지방에서 올라온 전세버스들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습니다.
길 가운데는 성벽을 쌓듯이 컨테이너를 이층으로 쌓아서 청와대 가는 길 쪽을 차단해 놓았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높다란 빌딩 뒤로 숨고 지열이 떨어지면 전세 버스로 상경을 한 시위대와 퇴근을 하던 인파와 아기들의 손을 잡고 유모차에 노란풍선까지 띄운 엄마들이 합세해서 준비해 놓은 촛불을 들고 나서면 전경들과 시민들은 적 아닌 적으로 대치하게 됩니다.



솜털이 보소소한 어제의 대학생이 오늘은 전경이 되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해옵니다.
시위를 하는 쪽이나 시위를 막는 쪽이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으련만 적군을 대하듯 이 살벌한 분위기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편치가 않습니다.
양쪽 모두 다치지 말아야 할 텐데. 모두가 귀한 어미의 자식들인데.
나도 한때는 탕자처럼 어머니의 속을 태운 자식이었습니다.
1960년 4월18일 집회금지로 미루고 미루던 신입생 축하식이 데모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축. 입학> 이라고 쓰인 수건 한 장을 받아 머리에 두르고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가던 기억이 오버랩 되어 옵니다.
집에서 4.18데모 뉴스를 듣고 애태우시던 어머니가 태평로에 자리 잡고 있던 국회의사당으로 쫓아 오셔서 내 책가방을 받아들고 뒤따라오시던 어머니의 심정이 이랬을까?
미국 소가 다 미쳤나? 미국산 소고기를 먹어는 보았나? 3년 미만의 소는 광우병이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는가? 밤마다 불꽃놀이를 하듯 모여드는 시위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 전세버스 경비는 어디에서 지불될까? 잠을 설친 사람들이 내일 아침에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있을까? 머리에 두른 붉은 띠와 유니폼, 신나는 음악과 몸놀림이 신이 나서 악을 쓰는 그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에는 2004년도 축구 4강을 기록하면서 태극기 휘날리던 붉은 악마들의 향수 같은 것도 곁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밤중에 요람에 잠든 아이들을 거리로 끌고 나와야 국민의 의사가 정부에 전달되는 민주주의였던가? 언제부터 데모가 시위대로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온 가족이 저녁 소풍을 하는 것 같은 시위대의 모습은 한가로워 보였습니다.
30여 년을 캐나다에 살다 돌아온 나는 어리둥절 달라진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4.18과 4.19데모는 어떠했는가? 부패되어가는 정권을 막기 위해 총탄 속에서도 목숨을 내걸고 맨주먹으로 자유 정의를 위해 죽어도 좋을 만한 애국심이 아니었던가? <학생들의 피에 보답하라> 던 교수단들의 데모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격으로 가슴이 메어 오릅니다.
언제부터 데모라는 표현이 시위로 대치되었을까? 데모와 시위는 어떻게 다를까? 데모는 협상이 아니고, 시위도 협상이 아닙니다.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했으면 의회의 결정에 따라야 경제선진국의 국민이 아닐까? 어미의 심정이 되어 쇠고기 수입 건이 정권투쟁의 양상으로 변질되어가는 촛불집회를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합니다.
장마가 지면 꺼지려나.(200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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