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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악마의 대변인

1961년 미국 케네디 행정부가 일으킨 쿠바 피그만 침공 사건은 ‘책임 있는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가장 우스꽝스러운 실패’로 꼽힌다.


쿠바의 공산정권을 전복하려던 중앙정보국(CIA)은 쿠바 출신 망명자 1400여 명을 ‘민병대’로 훈련시켜 피그만에 상륙시켰다.
하지만 침공군은 작전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궤멸했다.
포로 1179명은 이듬해 5000만 달러 상당의 식품·의약품과 교환조건으로 석방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침공 작전은 단계마다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었다.
쿠바군은 당황해 우왕좌왕하다 상당수가 투항할 것이고, 민병대에 호응하는 민중 봉기가 일어나 카스트로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식이다.


미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국가안보회의에서 왜 이처럼 엉터리 같은 결정이, 그것도 만장일치로 내려졌을까.

예일대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이 사건을 분석한 후 집단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집단 사고(Groupthink)’라고 명명했다.
집단 사고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사고의 경향’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집단은 자기 집단의 도덕성을 맹신하면서 무적의 집단으로 착각하며, 이로 인해 지나친 낙관과 무모함에 빠져든다.
또한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는 사실은 무시하며 내부의 반대 의견은 암묵적으로 억압한다.
경쟁 집단은 악하고 나약하며 어리석은 존재로 폄하한다는 점도 꼽힌다.
정책을 선택할 때는 대안과 목표의 조사가 허술하고 선택안을 재점검하지 않으며 기각된 대안은 폐기해버리고, 정보는 허술하게 수집해 선택적으로 처리하고, 상황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어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거의 그대로 설명한 것 같지 않은가. 애초에 협상은 허술하게 하고, 촛불시위는 사악한 배후세력의 조종에 어리석은 국민이 부화뇌동했다고 생각하며, 악화된 여론을 잠재울 추가협상이나 인적 쇄신 등의 조치는 두 발짝씩 늦는 꼴이 그렇다.
내각과 청와대가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동질적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재니스는 집단 사고에 대한 대안으로 사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사안을 검토하는 집단 자체를 이원화하는 방법, 그리고 제기된 주장에 대해 흠을 잡아내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두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중 ‘악마의 대변인’은 ‘반대 전문 수석비서관’을 신설해 우선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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