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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A형 간염

너무 깨끗하게 살아서 걸리는 병

국내 암 발생 순위에서 간암이 위암 다음으로 부동의 2위였던 1980년대의 얘기다.
전국적으로 B형 간염 예방 캠페인이 벌어졌다.
‘술잔 돌리지 말기’ ‘찌개·전골에 수저를 함께 넣지 말기’ ‘식기 따로 사용하기’ 등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를 벌였다.
B형 간염 예방접종도 함께 이뤄졌다.
결과는 ‘노벨 평화상감’이었다.
지금도 한국 방역사(防疫史)에서 기생충 박멸과 함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B형 간염 발생률은 10%(1985년)에서 3.7%(2004년)로 떨어졌고 간암도 남성 3위, 여성 7위의 암으로 내려앉았다(건국대병원 최원혁 교수).

하지만 B형 간염은 주사·수혈·성행위 등을 통해 감염된다.
오염된 물·음식을 통해 옮겨지는 건 A형 간염이다.
A형 간염은 과거엔 콜레라·장티푸스와 함께 ‘후진국병’으로 간주됐다.
위생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주로 발생해서다.
그러나 요즘은 ‘선진국병’으로 통한다.
청결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이 성인이 된 뒤 이 병에 잘 걸리기 때문이다.


위생적으로 취약한 시절을 살았던 40대 이상의 한국인은 대부분 어린 시절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몸 안에 항체를 갖고 있다.
A형 간염이 유행해도 이들에겐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20대의 항체 보유율은 5%대에 불과하다.


‘다정도 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위생도 병’이 된다.
너무 깨끗해서 생기는 병으론 A형 간염과 아토피가 있다.
어릴 때 온몸에 흙을 뒤집어쓰고 뛰어노는 아이보다 늘 깔끔한 어린이의 아토피 발생률이 오히려 높다.
일본의 와타나베 준이치 박사는 『둔감력』에서 “어려서 고생한 사람은 약간 상한 음식을 먹어도 식중독에 잘 걸리지 않는다”며 ‘가난한 날의 행복’ 중엔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포함된다고 봤다.


A형 간염은 B형처럼 만성화되지 않는다.
어릴 때 걸리면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그러나 성인이 된 뒤에 감염되면 반드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증상이 심하다.
‘유행성 간염’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염성도 높다.
지난 2월엔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A형 간염이 유행할 뻔했다.
배우 애시턴 커처의 30번째 생일 파티에 모인 데미 무어·마돈나·브루스 윌리스·귀네스 팰트로 등은 파티 후 뉴욕 보건당국으로부터 ‘A형 간염 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파티를 주관한 뉴욕 소셜리스타 클럽의 한 직원이 A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단 1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은 광우병·조류 인플루엔자(AI)에 대해선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올 5월까지 1000명이 넘는 환자가 생긴 A형 간염에 대해선 나몰라라 한다면 명백한 ‘질병 차별’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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