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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공연 펼친 세계 최고의 피아노 트리오

[최예린의 음악수첩]

무려 반 세기 이상 세계 최고의 피아노 삼중주단으로 군림해 온 보자르 트리오(Beaux Arts Trio)가 고별 공연을 펼쳤다.
4월 15일 오후 8시, 밴쿠버 플레이 하우스에는 이 기념비적인 역사의 한 장면에 동참하고픈 관객들이 속속 밀려들어, 급히 무대 양쪽에 간이의자까지 배치했다.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이한 실내악의 친구들(Friends of Chamber Music, 이하 FCM으로 약칭)이 2007/2008 시즌 마지막 공연으로 초대한 보자르 트리오는, 지난 47년 동안 무려 44회나 밴쿠버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그만큼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대중적이고 예술성을 인정받는 단체였으며, FCM과는 뗄래야 뗄 수 없이 깊은 우정의 세월을 함께해 왔다.




“오늘 우리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매 시즌마다 10개의 공연을 유치하는데, 사실 내용적으론, 보자르 트리오에다가 다른 9개의 단체를 섭외하는 것이었거든요. …(웃음) 게다가 제가 이 단체를 이끌어 온 지 35년이 다 되어가는데, 참 오랜 만에 무대 양쪽에 간이의자를 다시 놓아 봅니다.
…(축약)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던 과거 극장 풍경을 떠올리며 노스탤지어를 느낍니다.
“ FCM 측은 감회 어린 고별사를 했다.


보자르 트리오는 1955년 초기 멤버인 피아노 메나힘 프레즐러(Menahem Pressler) 바이올린 다니엘 줄르(Daniel Guilet) 첼로 버나드 그린하우스(Bernard Greenhouse) 세 명으로 창단 된 이래, 지금까지 명실상부한 최고 피아노 삼중주단으로서 첫 손 꼽혀 왔다.
비록 세월의 파도를 넘나들며 바이올린 파트에 이시도르 코헨(Isidore Cohen) 김영욱 다니엘 호프(Daniel Hope), 그리고 첼로 파트에 피터 윌리(Peter Wylie) 안토니오 메네시스(Antonio Meneses) 등 멤버 교체가 불가피했지만, 한결 같은 ‘보자르 사운드’를 지켜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비결은 창단 멤버 프레즐러의 가공할 만한 스태미너다.
작은 키에 동글동글하고 차돌 같은 인상을 풍기는 그는 올해 85세를 바라본다.
하이든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 음악 장르에서 피아노 파트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연주단체의 경우, 자동차로 치자면 범퍼를 바꾸고 문짝을 바꿀 수 있지만, 엔진까지 바꾸면 더 이상 빈티지 재규어가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실내악 단체의 일부 멤버들은 여러 사정 때문에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태어났느냐 보다 어떻게 죽느냐가 더 중요한 것처럼, 그들 사운드가 아무리 균질하게 유지된다 해도 마지막 남은 초창기 멤버까지 은퇴할 시점에 이르면, 더이상 그 단체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보자르 트리오는 50여 년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음반을 남겼다.
비교적 최근 녹음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삼중주 1,2번 음반마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그들 연주의 에센스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1,2번과 드보르작의 둠키, 하이든 피아노 트리오 전곡 등이다.
모름지기 클래식 음반 스테디 셀러다.


이번 보자르 트리오의 고별 공연 프로그램은 바로 그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두 곡이었다.
그리고 우뢰와 같은 박수 속에 연주한 앙코르 연주 역시, 드보르작의 둠키와 하이든의 매우 재치있고 폭소를 자아내는 피아노 트리오 G major의 2악장이었다.

‘보자르 트리오!’ 그들 이름을 더이상 현재진형형으로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나는 계속 최고의 피아노 트리오로서 이 단체를 추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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