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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오 기자의[모던 클래식 읽기]

아픈 미국사회사 통해 미국 정신 탐구
역사적 실존 인물. 허구적 인물 교묘하게 결합


E.L 닥터로우가 1975년에 낸 소설 ‘래그타임(Ragtime)’은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19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상류층 백인 가정, 이민자 가정, 가정을 이루려 하지만 실패하는 흑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진정한 미국의 정신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동시에 작가는 미국 자본주의 상징인 헨리 포드나 J.P.모건 같은 역사적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허구적으로 창조한 주인공들과 절묘하게 관계를 맺게 하고 있다.


뉴욕주 뉴로셀시에 살고 있는 백인 가정의 어머니(Mother)는 어느 날 정원에서 산 채로 땅 속에 묻혀 있던 흑인 남자 아기를 발견한다.
곧 이 아기의 생모 사라를 찾게 되고 어머니는 사라와 아기를 자기 집에 머물게 한다.


한편 마메, 타테, ‘어린 소녀’로 구성된 이민자 가정은 극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마메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매춘까지 하게 되며 이 사실을 알게 된 타테는 딸인 ‘어린 소녀’를 데리고 전국을 돌아다닌다.


어느 날 어머니의 집에 버러진 흑인 아기의 아버지인 콜하우스 워커가 등장하고 콜하우스는 사라에게 청혼을 하게 된다.
래그타임 피아노 연주자인 콜하우스를 만나기를 거절하던 사라는 마침내 청혼을 수락한다.


그러나 결혼식에 앞서 어느 날 뉴욕으로 향하던 콜하우스의 승용차를 백인 의용소방대원들이 파손하게 되고 콜하우스는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흑인인 그는 번번히 조롱을 받으며 실패하게 된다.


콜하우스는 자신의 승용차가 복구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청원에 나선 사라마저 폭력으로 사망하게 되자 마침내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콜하우스가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아버지(Father), 아들(little boy)과 흑인 아기는 아틀랜틱 시티의 한 호텔로 여행을 떠나고 이 호텔에서 어머니는 영화제작으로 성공한 타테를 만나게 된다.


한편 콜하우스는 동료들과 함께 세계 금융계를 주름잡고 있던 J.P모건의 도서관을 장악하고 자신의 승용차가 복구되지 않으면 도서관에 있는 귀중한 예술 작품을 파괴하겠다고 위협을 한다.


이제 미국은 21세기 초입에 흑인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다.
미국의 언론은 이를‘역사적’이라고 표현했다.
바락 오바마의 등장은 미국 역사에서 커다란 진보임에는 틀림없다.
흑인인 콜하우스가 백인 사회에서 받던 대접은 표면상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버지가 죽은 뒤 타테와 결혼한 어머니는 어느 날 마당에서 자신의 아들(little boy), 타테의 딸(little girl), 그리고 콜하우스와 사라의 아들이 함께 노는 것을 바라다 본다.
콜하우스가 살아서 보지 못한 인류의 화합을 후세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상징적인 인물인 헨리 포드와 J.P 모건 등이 작품에 등장한 것은 1900년대 초 기술발전과 산업화가 결국 인간 개개인의 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시도로 풀이된다.
사회적인 갈등이 결국은 자본에서 시작된다는 시각이 담겨 있다.


그러나 자본은 생계를 꾸려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사회주의자 타테를 성공한 미국인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작품은 줄거리 요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교묘하게 구성돼 있다.
한 등장인물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새 다른 인물이 연결돼 있고 전혀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에피소드들은 전 등장인물과 관계 없이 이어지고 또 다시 새 인물이 다른 인물. 사건과 연결된다.
그러다가 어느 새 이전 인물들이 다시 개입돼 사건이 진행되는 구성을 띠고 있다.
또한 흔히 대화에 사용되는 쿼테이션 마크도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
1인칭 화자가 가끔 등장하지만 화자의 신원은 명확하지 않다.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프론티어 정신’과 ‘아메리칸 드림’은 오늘의 미국을 이루는 지주가 되고 있다.
미국인들은 개척지에서 꿈과 희망을 가꾸며 원하는 것을 이뤄냈다.
미개척지에서는 창의력과 노력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달성할 수 있었다.


19세기 때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무대에서 2류 국가에 머물던 미국은 20세기를 맞이 하면서 강국의 대열에 당당한 자리를 잡게 됐다.
미국은 이제 세계 유일의 초 강대국으로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나라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이 미국 역사에도 부끄러움의 역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는 그 부끄러움은 아직까지 미국인들의 가슴에 짙게 남아 있다.
어떤 이들은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래그타임(ragtime)은 재즈의 한 요소가 됐던 피아노 연주 스타일로 20세기 초에 유행했다.
작품에서 콜하우스는 피아노 연주자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전국 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연극과 영화로 제작돼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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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닥터로우'는...

1931년 출생. 콜럼비아 대학원 졸업.
작가가 되기 전에는 출판 관련 일에 종사했다.
뉴욕 어메리칸 라이브러리 수석 편집장, 다이얼 프레스 편집국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1960년 첫 작품‘웰컴 투 하드 타임스’로 데뷔했다.
1971년 세 번 째 작품 ‘다니엘의 서’를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네 번 째 작품 ‘래그타임’으로 미국 문단에서 확고한 지위를 얻게 된다.
미국 역사와 철학적 문제를 주로 다뤄 왔다.


김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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