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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오랜만의 한국행, 그리고 금강산…”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8/06/16 09:57

[부모 노릇 잘 하세요?]

금강산엘 다녀왔다.

민통선을 지나고, 비무장 지대를 건너 북한 땅엘 다녀왔다.
늘 가고 싶어 노래를 부르시던 엄마를 모시고. 참 오랜만의 한국 나들이였다.


모두들 편하게 자주도 나가던데 내게는 쉽지가 않았다.
떠나기 전엔 집 떠나는 주부들이 보통 겪는 스트레스들을 잘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미리미리 일 끝나는 저녁 시간에 식사 준비하면서 평소보다 좀더 많은 양의 반찬을 준비해서 냉동고와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일을 잠시 떠나는 사람의 압박감도 잘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없으면 모든 게 잘 안 돌아갈 거라는 자만심(?)으로 오랜만에 얻은 좋은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한국엘 가려면 겪어야 하는 선물 스트레스도 또 하나 잘 처리해야 할 문제였다.
친구들, 친척들 일일이 챙기려면 끝도 없고,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나는데 빈 손으로 만날 수도 없고, 캐나다산으로 가격 마땅한 물건 찾기도 쉽지가 않고---.

비행기 값에 더해 다녀오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휘둘리다 보면 떠나기 전에 벌써 지쳐버려,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아프곤 하던 지난 일을 생각하며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우선 순위를 정하고 모든 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의 일부라는 걸 잊지 않기로 했다.


스트레스란 놈은 꼭 나쁜 일에만 생기는 게 아닌 것 같다.
고요하던 일상에서 어떤 새로운 변화가 생기면 몸과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변화 없는 삶이라면 또 얼마나 재미없을까?

이런 이야기가 있다.

열대어를 공급하는 회사에서 각 나라에 열대어를 싱싱하게 공급하기 위해 가능하면 수송하는 어항을 가장 살던 환경에 가깝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원래 그들이 살던 물 속 환경과 거의 똑같도록 온도며 물풀이며 돌멩이까지도.

그런데 수송해서 어항을 열어 보면 모두 시들시들하고 꼭 죽어 있는 놈들이 있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자 이 회사에서 전문 과학자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과학자의 의견은 문어 한 마리를 넣고 파도를 좀 만들어 넣으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수송하자 물고기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았고 오히려 아주 쌩쌩해져 있었단다.


이렇게 스트레스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값을 치르고 간, 내가 나서 자라고 반 평생을 보낸 두 동강 나있는 조그마한 나라는 언제나처럼 복닥거렸지만 예전 같지 않게 모든 게 정겨웠다.
너무 오랜만의 방문이라 그런지 아니면 나이 탓일까?

모내기 철이라 물 담긴 논들엔 연초록의 여린 모들이 때로는 줄 지어 가지런히 잘 심겨져 있었고 때로는 논 가장자리에 그 싱싱함을 네모 반듯이 담고 심겨지기를 기다리고 있고---.
더 푸르러진 낮은 산들이 풍요로워 보이고.

남방 한계선을 넘으면서 보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어딘지 척박해 보이는 건 금강산 자락

끝의 돌산엔 나무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군데군데 서있던 북한 군인의 모습 때문인지.

짙은 군청색 군복에 조금 큰 듯한 모자를 쓰고 한결같이 까맣고 여위고 키 작은 북한 군인들은 들고 있던 붉은색 깃발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의 표정 때문인지 내 눈엔 유치하게 만든 병정 인형같이 보였다.


안내하는 사람이 상식이 안 통하니 따지지 말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신신당부 중의

많은 금기 사항 중의 하나가 사진 찍지 말라는 것이어서 카메라 쥔 손이 근질거려 얼마나 힘들었던지.

어깨에 낡아서 덜렁거리는 견장에 별 계급장을 달고 무표정 하게 짐 검사하던 늙은 군인,

물 담긴 논엔 소가 앞에 끌고 농부가 뒤에서 모심기를 위해 쟁기질하는 풍경,

낮게 엎드려 땅에 붙어있는 듯한 똑같이 생긴 낡은 기와집들의 동네 풍경,
작대기에 짐을 보자기로 묶고 양쪽을 들고 나르던 인부---.
그저 금강산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 억지 같은 금기들을 배짱 좋게 내밀고 문 열어준 대가로 요구하는 듯한 비싼 요금들은 돈 많이 번 형아 가난한 동생한테 좀 쓰면 어때? 하는 것 같아 그리 밉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는 철저한 반공 교육을 학교 생활 내내 받고 자란 세대인 내게 그들은 괴물도 아니었고 무시무시한 사람들도 아닌 그저 빈티나는 순진한 촌사람 같기만 했다.


적당히 휘어진 미인송의 숲을 지나 만난 금강산은 거대한 수석 같은 봉우리들 사이에 분재처럼 자라던 소나무와 옥색 맑은 물이 온갖 모양으로 깎여진 바위 계곡을 흐르다 떨어지다 하고 있었다.


이미 너무 많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아와 눈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있는 나에겐 그리 놀랄만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살아 나가자!”.

커다란 붉은 글씨로 남한 사람이 묵는 호텔 들어가는 입구에 걸어놔 오히려 더 억지 고집 피우는 것 같던 현수막, 금강산 곳곳에 그 분(?)이 다녀간 곳에는 성지를 만들어 비석을 세워 기리고 거대한 바위들을 깎아 새겨 논 찬양(?)의 글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가---.

엄마와 많은 사람을 만나고 금강산엘 다녀온 한국 나들이는 치른 대가 치고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고 늘 같이 지내 그 소중함을 가끔씩 잊어 버리기도 하는 사람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되찾아오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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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키즈빌리지 몬테소리스쿨 원장
한국심리상담연구소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전문 강사
BC Council for Families 주관 Nobody's Perfect 의 facilitator
문의 604-931-8138 , kidsvillage@sha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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