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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스무 개의 컵케이크

조소현/제1회 텍사스 한인예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휴우. 나의 두 번째 인턴쉽이 스무개의 컵케이크와 함께 끝났다. 인턴쉽 마지막 날 나는 색색별로 컵케이크 24개를 사서 나의 멘토 선생님 교실에 가져갔다.

인턴쉽의 주된 내용은 멘토 선생님이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는지를 관찰, 기록하면서 배우는 일이었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보이지 않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멘토 선생님과 짧게라도 어떤 식으로라든 대화를 이끌어내고,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의미있는 배움은 역시 몸으로 익히는 것인데, 멘토 선생님의 관찰 하에 45분 동안 수업 전체를 이끌어 가는 일이었다.

Formal Observation 이라고 불리는 두 번의 실습 수업을 큰 무리 없이 진행했다. 물론 수업 전 날 쉽게 잠들지 못했고, 과학 수업 실습을 위해서는 페루비안 릴리 꽃을 두 다발을 사 가기도 했다. 과학 인턴쉽은 꽃의 내부를 알아보는 것으로, 파워포인트를 준비하고 동영상 자료를 공유하고 4학년 학생들이 쓸 수 있는 graphic organizer를 복사해서 가져갔다. 사회 수업에는 19세기 콜로라도의 금광 산업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실습 후 내 수업을 관찰한 멘토 선생님과의 대화는 배움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15년 가까이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멘토 선생님은 베테랑답게 학생들을 어떻게 다루는 지에 대해 척척 잘도 해 내셨다. 그리고 내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으로 물어보신다. ‘너는 어떤 교실을 원하는가? 너만의 수업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것은 용납을 해 줄 것이고, 어디까지 허용을 할수 있는지 생각해 봐라. Classroom Management는 매우 중요하다.’ 나의 멘토 선생님은 여선생님이시고 정말로 목소리가 우렁차다. 그래서 4학년 학생들은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실습을 하면서 느낀 것은 미국인 초등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 내용과 학생들을 다루는 방법, 이 두 가지다. 우선 무엇을 가르치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나와 있는 교재를 가르치면 되고, 또 멘토 선생님이 가르치라고 하는 내용을 공부하면 된다. 다만 ‘어떻게’에는 상당한 교사로서의 카리스마가 요구된다. 물론 한국어로 해도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에, 유일한 아시안 선생인 나로서는 한 겹의 허들을 한 번 더 넘어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저러한 자잘한 장치들이 중요한것 같다. 예컨대 나의 첫 인턴쉽 학교였던 몬테소리 학교의 멘토 선생님은 아이들이 좀 더 차분해 질 수 있는 카모마일 향을 맡게 하기도 했다.



물론 소리도 크게 하고, 때로는 속삭이듯이 말하면서 ‘이 소리도 들릴 정도로 작게 말해봐라.’ 라고 말하기도 하셨다. 아이들이 작고 삭삭거리면서 장난을 치는 것도 귀신같이 알아내는 나의 멘토 선생님. 그녀의 가르치는 기술은 마치 저 높은 콜로라도의 로키 산맥 정상에 구름을 타고 앉아있으신데, 미국 땅을 밟은 지 4년 된 나는 꾸역꾸역 낑낑거리며 바닥에서 열심히 기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나는 감사함의 자세를 유지하련다. 무엇을 해도, 지금보다 지나치게 높은 곳만 쳐다보면서 현재의 나를 개탄하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나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대신, 그래도 이게 어디야. 여기까지 온 게 어디야.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는것이 중요하다. 최근 남편과 사별한 ‘린 인Lean In’의 저자 세릴 샌드버그 역시 개인적 상처를 다독이는 방식으로 감사함을 배웠다고 한다. 어떻게 남편의 죽음앞에서 감사함을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과 감사함의 자세에는 그래도 내가 여기에서 이 절망에 내 온몸을 홀리지 않겠다는 어떤 강하고 단단한 의지가 배어 있다.

인턴쉽이 끝이 난 날, 너무나도 감사하게 나의 멘토 선생님과 아이들은 내게 선물을 주었다. 반 학생들 모두가 쓴 카드. 분홍색 종이에 색연필로 그리고 글씨를 썼더라.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그 종이 스무 개 앞에서 나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이 사 학년 학생들이 어쩌면 내 이름을, 내 얼굴을 기억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생겼다. ‘선생님, 사회와 과학 수업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멘토 선생님도 노트며 스티커며 이런 저러한 것들을 챙겨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4학년 학생들도 이 어버버한 한국인 선생님의 수업을 어찌 그리도 똑똑하게 잘 기억해 주고 편지까지 만들어 주었는지 기특하고 고맙다.

미국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인턴쉽을 했고, 이제 가을학기에는 세 번째 학교에서의 교생실습이 기다리고 있다. 교생실습은 여전히 멘토 선생의 교실에 있는 것인데, 이번에는 멘토 선생님과 똑같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사개월간 학교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좀 더 많이 배우는 기회다. 기회이지만 떨리고 겁도 나고 스스로에게 의심도 생긴다.

거기서 받을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요가와 티비시청으로 해소하면서 잘 버티리라, 그리하여 올 해에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교사의 길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해 본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내가 미국에서 선생의 길을 가게 되리라는 것이 내 삶의 이정표에는 없었던 일. 그래서 인생은 더욱 놀랍지 아니한가. 무엇이 주어지든 감사함과 열심히 하는 자세라면 그 자세에 성공의 열쇠가 있지 않을까.

조소현/제1회 텍사스 한인예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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