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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역사인식 주입해선 안돼…역사학계 중론 따를 것'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1/03 14:01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올해 4·3 사건, 정부수립 70년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역사는 결코 획일화해서는 안 됩니다. 학자로서 어느 정권이든 특정한 역사관을 강요하려 한다면 반대할 것입니다. 박물관이 역사인식을 주입해야 한다는 발상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작년 11월 임명돼 취임 2개월을 맞은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주 관장은 최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다양한 역사인식 중에서도 역사학계가 인정하는 통설과 중론에 따라 박물관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개관 5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현대사 국립박물관이지만, 계획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역사학회와 진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소통 부재, 전문성 결여, 졸속 준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개관 이후에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미화해 균형 잡힌 전시를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 관장은 정치학을 전공했던 이전 관장들과는 달리 역사학자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상명대 사학과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쳤고, 교과서를 놓고 이념 논쟁이 벌어지면 진보 진영의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 관장이 과거에 했던 일부 발언을 문제 삼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주 관장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역사학계와 거리가 멀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관장에 취임하고 보니 심하게 편향돼 있지는 않다고 느꼈다"며 "관장의 지시에 따라 일방적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역사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가면서 직원들이 주체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건국일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진보 진영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내년을 건국 100년, 올해를 정부수립 70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주 관장은 "건국일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많은 논쟁을 거쳤다"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실에도 이미 '1948년 정부수립'이라고 표현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수립 70주년은 대단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역사적 사건의 명칭과 해석에 대한 판단은 역사학계에 맡겨야 한다"며 "광복절을 전후해 개최하는 특별전에서도 1948년을 정부수립으로 보는 역사학계의 중론과 함께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소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수립 70년을 조명하는 전시에 앞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마찬가지로 70주년을 맞은 제주 4·3 사건을 다루는 전시를 연다. 이는 1948년을 전후해 제주도에서 일어난 소요사태와 무력충돌, 진압으로 인해 주민들이 학살된 사건이다.

주 관장은 "4·3 사건은 단순히 제주도민의 비극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비극"이라며 "특별전을 계기로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4·3 사건이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에 정식으로 편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 관장은 상설전시실 개편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 전체를 설명하는 부분을 줄이고 관람객이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여러 주제별 전시 공간을 꾸미려고 한다"며 "관람객이 진열장에 있는 유물을 수동적으로 접하는 전시도 지양하려고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요즘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아날로그 전시를 보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며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역사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치사·경제사 외에 생활사나 문화사에도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 만큼 정치 엘리트가 아니라 관심받지 못했던 소수자를 조명하는 한편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했던 국가와 한국을 비교하는 전시도 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주 관장이 생각하는 좋은 박물관은 '재미있고 즐거워서 또 가고 싶은 박물관'이다. 그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어르신은 추억을 되살리고, 아이들은 흥미롭게 역사를 배우길 희망한다.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았는데, 전시실을 보고 나오면 감동이 차오르는 그런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어요. 많은 분의 고통과 땀과 눈물 덕분에 대한민국이 만들어졌잖아요. 역사는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psh59@yna.co.kr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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